[U-20월드컵]이강인 의존도 줄이고, 공격루트 다양화해야

입력 2019-05-26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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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어렵기 마련이다. 국제대회에 출전해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에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의 첫 경기 패배 또한 이런 심리적인 요인과 경험 부족이 뼈아팠다.

한국은 25일 밤(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대회 F조 예선 1차전에서 0-1로 졌다. 상대가 우승후보로 거론될 만큼 강력한 포르투갈이어서 1골차 패배를 두고 절망적이진 않다고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할 건 한국이 하고자하는 전술을 맘껏 펼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초반 한국의 강한 압박은 상대의 허를 찔렀다. 한국은 ‘선 수비, 후 역습’을 준비했고, 또 상대도 한국이 많이 내려서며 수비위주의 경기운영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상대를 몰아붙이며 주도권 싸움을 펼쳤다.

의욕이 넘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런 의욕도 안방을 제대로 살핀 다음에 해야 효과를 발휘한다. 전방 압박은 곧 후방 허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전반 7분 상대 역습 상황에서 트린캉에게 실점하고 말았다. 상대 역습은 한국 선수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빠르고, 날카로웠다. 역습은 한방으로 끝났다.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위기가 있었지만 운 좋게 추가 실점은 막았다.

‘한국축구의 희망’으로 평가받는 이강인(발렌시아)의 볼 키핑이나 왼발 크로스는 기대 이상으로 인상적이었다. 3-5-2 포메이션에서 조영욱(서울)과 전세진(수원) 투 톱을 받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강인은 좁은 공간에서도 상대에게 볼을 뺏기지 않는 특유의 개인기는 물론이고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방에 찔러주는 크로스는 에이스다웠다. 이날 한국의 9개 슈팅 중 유일한 유효 슈팅도 이강인의 몫이었다.

하지만 모든 볼이 이강인에게 집중된 점은 아쉬웠다.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진 이유다. 이강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보니 역습 상황에서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또 팀 전술 때문에 수비 부담이 컸던 이강인은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하지 못했다. 초반 실점 이후 이런 부담감은 가중됐을 것이다.

후반 13분 엄원상(광주)과 장신(193cm)의 오세훈(아산)이 투입되면서 한국대표팀이 원했던 패턴을 찾았다. 엄원상의 스피드를 이용한 측면 공격과 빠른 크로스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제야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포르투갈을 몰아세웠다. 힘이 빠진 탓인지 포르투갈은 한국의 빠른 발에 허점을 드러냈다. 비록 동점골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후반 중반 이후는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줬다.

정정용 U-20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전략적으로 접근했는데 우리가 이른 실점을 하면서 아쉬웠다”면서 “후반에는 공격적으로 교체 카드를 통해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걸 했다”고 말했다. 이강인에 대한 부분도 전했다. 정 감독은 “이강인에게 수비 부담이 있었다. 전술적으로 그러다보니 공격적으로, 수비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2차전에서는 그 부분을 고려하고 전술적으로 변화를 주면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2차전 변화를 예고했다.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할 상대는 29일 벌어지는 2차전 상대 남아공이다. 남아공은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2-5로 패했다. 한국은 남아공을 상대로 승점 3과 함께 조 3위가 될 가능성(와일드카드로 진출)도 염두에 두면서 다득점을 해야 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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