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의 레일리! 롯데, 창단 이래 월 최다패 굴욕 모면

입력 2019-05-30 22: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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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레일리. 스포츠동아DB

혼신의 역투였다. 브룩스 레일리(31·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최다 116구를 던지며 팀의 위닝시리즈를 완성했다. 롯데는 창단 이래 월간 최다패 위기를 힘겹게 모면하며 분위기 전환의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는 3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10-2로 승리했다. 스코어만 보면 타선이 모처럼 터진 듯하지만 13안타에 4사구 14개를 얻고도 잔루 15개를 양산하며 답답함이 이어졌다. ‘고구마’ 같은 경기였지만 레일리의 투구만큼은 ‘사이다’였다. 6이닝 6안타 2볼넷 5삼진 1실점으로 시즌 2승(6패)째를 챙겼다. 시즌 최다 투구수이자 4월 30일 사직 NC전 이후 한 달 만의 승리였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NC 쪽으로 기울었다. 레일리는 올 시즌 좌타자(피OPS 0.619)와 우타자(피OPS 0.838) 상대 기복이 뚜렷했다. NC에는 박석민, 양의지, 크리스티안 베탄코트, 권희동 등 한 방을 때려낼 우타자가 즐비했다. 5월 4경기 23이닝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6.26으로 고전하던 레일리가 상대하기 버거운 듯했다. 거기에 팀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거듭된 연패로 최하위까지 추락했으며 이날 경기 전 제이크 톰슨까지 1군에서 말소됐다. 여러 모로 불리한 양상이었다.

분위기를 바꾸는 건 역시 에이스의 몫이었다. 레일리는 이날도 우타자에게 4안타를 내줬지만 장타는 없었다. 물오른 NC 타선과 밀고 당기는 머리싸움으로 버텼다. 6회까지 105구를 던진 상황, 6-2로 앞선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권희동과 노진혁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결국 양상문 감독은 레일리를 강판했다. 뒤이어 등판 박시영이 세 타자를 깔끔하게 범타 처리하며 레일리의 자책점은 1점으로 유지됐다.

이날 승리는 팀 역사의 굴욕을 피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다. 롯데는 이날 전까지 5월 25경기에서 7승18패(승률 0.280)를 기록 중이었다. 남은 2경기를 모두 패했다면 5월에만 20패로 월간 최다패 부문 팀 신기록이자 KBO리그 타이기록을 작성할 뻔했다. 롯데의 암흑기로 불리는 2003년 6월(26경기 7승19패)만큼 나쁜 흐름이었다.

월간 20패는 1991년 5월 OB 베어스(두산의 전신), 1992년 5월과 1999년 5월의 쌍방울 레이더스, 2015년 5월과 2017년 6월의 KT 위즈 등 다섯 차례 밖에 없었다. 앞선 다섯 번의 사례 모두 시즌을 최하위로 마쳤다. 한 달에 스무 번이나 패했으니 분위기와 승패 마진 회복 모두 쉽지 않았다.

롯데는 이날 승리로 31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 결과와 무관하게 이러한 불명예를 모면했다. 여전히 최하위에 9위 KIA 타이거즈와 승차도 3.5경기에 달하지만 아직 88경기가 남았다. 분위기에 강한 롯데에게는 한 번의 모멘텀이 필요하다. 이날 경기가 그 계기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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