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 36년의 긴 기다림 끝에 다시 오른 4강, 그 원동력은?

입력 2019-06-09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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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각본 없는 드라마’의 정수를 펼쳐 보이며 무려 36년 만에 다시 4강에 올랐다.

한국은 9일(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 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 8강전에서 세네갈과 연장 접전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겼다.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다. 이로써 한국은 U-20월드컵 전신인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4강에 오르며 ‘붉은 악마’라는 애칭을 얻은 이후 36년 만에 그 위용을 다시 뽐냈다.

쉽지 않았지만 두려움도 없었다. 한국은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남아공과 함께 속한 이른바 ‘죽음의 조’ F조에서 2승1패 조 2위로 당당히 16강에 오른 뒤 ‘숙적’ 일본을 1-0으로 돌려세운데 이어 우승후보로 지목될 정도로 강력한 세네갈마저 물리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12일 오전 3시30분 에콰도르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어린 태극전사들은 위기 극복을 통해 성장을 거듭했다. 수많은 고비를 만났지만 당당하게 맞서며 위기를 뛰어 넘었다. 특히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과 ‘원 팀’의 구호 아래 하나로 똘똘 뭉친 조직력, 그리고 변화무쌍한 전술로 상대를 격파한 정정용 감독의 지도력은 4강 신화의 원동력이었다.

우선 강인한 정신력은 역대급이었다. 모두들 끝났다고 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한줄기 희망을 부여잡고 포기하지 않았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이날 전반 36분 선제골을 내주자 후반 16분 이강인(발렌시아)의 페널티킥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상대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해 1-2로 뒤진 채 후반 추가시간이 시작되자 경기는 끝난 분위기였다. 하지만 추가시간 9분은 기적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종료 휘슬 1분을 남기고 이강인의 크로스를 이지솔(대전)이 헤딩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상승세를 탄 한국은 연장 전반 초반 이강인의 날카로운 패스를 조영욱(서울)이 문전으로 쇄도하며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연장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하며 연장으로 갔다.

승부차기에서 한국의 1,2번 키커 김정민(리퍼링)과 조영욱이 연속으로 실축하자 패배의 불안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엄원상(광주)과 최준(연세대)이 잇따라 골망을 흔들고, 상대 키커들의 실축 속에 2-2 상황까지 이어갔다. 마지막 키커 오세훈(아산)이 오른발로 강하게 찬 공이 상대 골키퍼에 막혔다. 분위기는 다시 심각해졌다. 하지만 주심은 골키퍼가 슈팅 전에 골라인을 벗어났다고 선언했다. 다시 기회를 얻은 오세훈은 정면에 꽂아 넣는 과감한 승부로 골을 넣었고, 상대 마지막 키커의 볼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태극전사 모두가 주연이었다. 개인기가 뛰어난 상대들을 끈끈한 조직력으로 버티며 승승장구했다. 모두들 오직 팀 승리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실수를 하거나 실점을 하면 동료를 탓하는 듯한 몸짓의 상대와 달리 한국선수들은 서로를 토닥이며 원 팀을 강조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뿐 아니라 벤치의 후보 선수들도 큰 함성으로 힘을 실어줬다. 이날 1골2도움을 기록한 이강인은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려고 했다. 내가 잘하는 건 형들이 옆에서 도와줘서 그렇다”면서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정정용 감독도 “우리 팀은 하나다. 그게 우리 팀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정정용 감독의 용병술도 빼놓을 수 없다. 오랜 기간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로서 연령대 대표팀을 두루 맡아온 정 감독은 선수들의 장단점을 세세하게 꿰뚫고 있다.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아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경험 덕분이다.

그는 조별예선부터 상대 전략에 따른 맞춤 전술로 변화로 꾀했다. 일본과 16강전에서 마지막까지 조직력을 가져가면서 상대의 공격을 받아낸 뒤 후반 승부수를 띄운 작전이 주효했다. 세네갈전도 체력을 감안해 선발 멤버를 짰다. 측면이 강한 상대를 고려해 3-5-2 포메이션을 먼저 꺼냈고, 후반 4백으로 전환하면서 상대를 힘들게 했다. 또 교체 투입되는 선수들은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결과적으로 정 감독의 용병술은 탁월했다. 정 감독은 “우리는 꾸역꾸역 가는 팀이다. 쉽게 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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