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향해 달린다” 약속 지킨 U-20 ‘슈퍼 세이버’ 이광연

입력 2019-06-09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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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0 축구대표팀 이광연.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연장전까지 세 골을 주고받으며 맞은 운명의 11m 러시안 룰렛. 스코어 2-2에서 세네갈의 4번째 키커로 나선 디아 은디아예의 슛이 골키퍼에게 가로막혔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키커 오세훈(20·아산 무궁화)이 골네트를 출렁였고, 극심한 부담에 짓눌린 상대 5번째 주자 카뱅 디아뉴의 킥은 허공을 갈랐다.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36년 만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4강에 다시 오른 감동의 순간. 9일(한국시간) 폴란드의 비엘스코-비아와에서 열린 세네갈과 U-20 월드컵 8강에서 한국은 승부차기 접전 끝에 준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 중심에 ‘슈퍼 골리’ 이광연(20·강원FC)이 있었다. U-20 대표팀은 1, 2번 키커 김정민(20·리퍼링)과 조영욱(20·FC서울)의 연이은 실축으로 불안하게 승부차기를 출발했지만 120분 동안 동물적인 감각을 뽐내며 숱한 선방 쇼를 펼친 그의 존재감은 세네갈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초반 흐름이 중요한 승부차기에서 내리 두 골을 놓치고 승리한 기억은 지구촌을 통틀어도 극히 드물다.

신장 184㎝로 골키퍼로는 결코 큰 체격이 아니지만 이광연의 퍼포먼스는 대회 내내 빛을 발했다. 포르투갈~남아공~아르헨티나와 자웅을 겨룬 조별리그에서 2승 1패를 기록한 동안 한국은 2실점에 머물렀다.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16강전에서도 무실점으로 묶어 짜릿한 1-0 승리를 일궜다.

세네갈전은 세 골을 허용했으나 중요한 고비에서 온몸을 던져 위기를 차단했다. 특히 후반 29분 이브라히미 니아네의 페널티킥(PK)을 막은 장면은 압권. 비록 이광연이 먼저 상대의 킥 이전에 움직인 것으로 VAR(비디오판독)에서 드러나 주심이 다시 킥을 선언했고 실점을 내줬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U-20 대표팀 정정용 감독(50)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주전 수문장을 결정하는 작업이었다. 포지션 경쟁자 최민수(19·함부르크SV), 박지민(19·수원 삼성)의 잠재력과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러나 정 감독의 최종 선택은 천부적인 방어 능력과 반응속도, 빌드업 전개에 두루 능한 이광연이었다. 정정용호가 출범한 2017년부터 그는 꾸준하게 소집됐고,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서 끝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본선을 기점으로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광연은 대회를 앞두고 “0점대 방어율을 달성하고 싶다. 우린 무조건 우승을 향해 달릴 것”이라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는데, 꿈같은 목표가 거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딱 두 걸음 남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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