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롯데 마운드의 빛’ 서준원, “선발일만 손꼽아 기다려요”

입력 2019-06-12 1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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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서준원. 스포츠동아DB

15년만의 최하위 위기. 최근 롯데 자이언츠의 행보는 ‘윈 나우’와 ‘리빌딩’ 사이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상실한 듯하다. 하지만 마냥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롯데의 2019시즌이 어떻게 마침표를 찍을진 몰라도, 선발투수 서준원(19)의 발견만큼은 10년 이상의 수확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롯데의 1차지명으로 입단한 서준원은 경남고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사이드암 투수가 최고구속 150㎞을 가볍게 넘기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서준원은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시작은 불펜이었다. 양상문 감독은 시즌 초 그를 1군에 콜업하며 “선발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요소들이 아직 남아있다”고 밝혔다. 1군 무대를 밟은 직후에는 순항하는 듯했지만 16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했다. 불펜의 옷이 어울리지 않았고 때마침 롯데 선발진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양 감독은 미래 육성 차원에서 서준원에게 기회를 줬다.

이때부터 달라졌다. 첫 선발등판이었던 5월 26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는 3.1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후 2경기에서 12.1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0.73으로 괴력투를 선보였다. 선발로 나섬에도 최고구속은 153㎞까지 찍혔다. 12일 잠실 LG전에 앞서 만난 서준원은 “처음부터 약하게 던져서 완급 조절할 생각은 없다. 90개 정도 던졌을 때 몸에서 신호가 오긴 하지만, 그 전까지는 괜찮다. 원래 전력투구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프로의 몸을 온전히 갖추지 않은 그에게 불펜으로 연투하는 건 생각보다 힘든 과정이었다. 설령 마운드에 오르진 않더라도 매일같이 대기를 해야 했고, 팔이 뭉쳐도 바로 풀지 못했다. 그러나 선발로 자신만의 루틴을 갖추게 되면서부터는 회복도 빨라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7일 수원 KT 위즈전. 당시 선발로 나선 그는 1회 강백호에게 솔로포를 맞았다. 강백호는 제대로 들어간 커브에 타이밍을 빼앗겼지만 배트 컨트롤로 담장을 넘겼다. 하지만 서준원은 다음 타석에서 기어코 커브를 던져 그를 처리했다. 서준원은 입단 전부터 “(강)백호 형과 친한데, 마운드에서 잡아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내왔다. 4타수 4안타를 허용한 끝에 그 다짐을 지켰다. 서준원은 “친분을 떠나 타자로 봤을 때 정말 대단한 타자더라. 하지만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 다음부터는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를 악물었다.

이쯤 되면 선발 체질인 걸까? 서준원은 이러한 얘기에 고개를 저으며 “솔직히 매일 달력을 보면서 내가 선발로 나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면서도 “내 직업은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던져도 좋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마무리든 팀이 필요한 역할을 다 수행하고 싶다”고 단호히 말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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