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tvN
■ 화제의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가 화제만발이다. 인기가 높아서가 아니다. 540억 원의 제작비, 고대를 다룬 판타지, 송중기·장동건 주연에 스타 제작진의 합작까지. 성공을 보장할 법한 ‘조건’에도 반응이 엇갈려 더 화제다. 지금까지 방송한 4회 분량을 샅샅이 살핀 두 기자의 평가도 마찬가지. ‘꿀잼’ 대 ‘노잼’의 의견이 팽팽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이 갖추고도 성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지 못했다. 역사 이전의 세계, 기록이 많지 않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창조의 세계가 사람의 상상력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펼쳐지고 있지만 정작 시청자는 그 세계를 따라가는 데 힘겨워 하고 있다. 너무나 낯설고 난해해,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단순히 ‘보는’ 행위를 넘어, 한 단계씩 이해하고 넘어야 하는 ‘학습’ 비슷한 과정이 요구된다.
그렇다보니 ‘편안 시청’은 바랄 수 없다. ‘뇌안탈’ ‘이그트’ ‘이아르크’ 등 용어도 생소해 이야기가 단번에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파란 눈동자와 입술, 보라색 피, 그들만의 언어와 복장 등 독특한 설정이 이질감의 압박을 준다.
제작진의 ‘불친절함’도 시청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 어려운 이야기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식이다. 가상의 시대를 다룬 판타지이고, 원작도 없어 사전정보가 부족하다. 오로지 제작진이 풀어가는 이야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충분히 소개해야할 배경이나 등장인물의 설명이 부족하다. 이를 방송이 끝난 후 쿠키 영상 등을 통해 채우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일부러 찾아볼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최근 드라마들이 ‘고만고만한’ 탓에 이전까지 안방극장에서 접하지 못한 이야기와 영상 등을 선보일 블록버스터의 탄생에 모두 기대했다. 드라마 기획안이 66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김영현·박상연 작가는 아스달 설계에 상당한 공을 들였을 정도다. ‘나의 아저씨’ ‘시그널’ ‘미생’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원석 PD와 장동건·송중기·김지원·김옥빈 등의 조합 역시 시청자의 기대를 높이지만 초반 분위기는 이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