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클로저 없이 순항하는 ‘화수분 히어로즈’

입력 2019-06-19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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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무사에서 키움 마무리 오주원이 구원 등판해 볼을 던지고 있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1경기 9승2패.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단기간 이러한 상승세를 탄다면 순위 싸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모든 전력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져도 해내기 쉽지 않은 성적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6일 고척 SK 와이번스전부터 18일 고척 KT 위즈전까지 11경기에서 9승2패를 거뒀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 박병호(33)와 세이브 1위인 ‘클로저’ 조상우(25)가 빠졌지만 화수분의 힘으로 성적을 내고 있다.

1994년 LG 트윈스의 마지막 우승을 이끈 이광환 전 감독은 우승의 조건으로 ▲ 15승 이상의 에이스 ▲ 확실한 4번타자 ▲ 안정된 리드오프 ▲ 든든한 마무리 투수 ▲ 안방마님을 꼽았다. 굳이 이 감독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 다섯 개 요소는 강팀을 구성하는 기본이자 핵심 요소다.

하지만 키움의 주전 4번타자와 클로저는 이탈했다. 박병호는 슬럼프와 부상이 겹쳐 고전했고, 결국 6일 1군 말소됐다. 몸도 마음도 추스르고 오라는 배려였다. 여기에 18세이브를 기록하며 리그 선두였던 조상우까지 어깨 부상으로 10일 1군에서 빠졌다. 4주 이상의 진단으로 뒷문에 구멍이 생겼다.

이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키움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뒷문은 ‘베테랑’ 오주원이 지키고 있다. 2004년 신인왕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오주원은 경력에 비해 세이브 기록이 많지 않다. 지난 시즌까지 480경기에서 6세이브가 전부였다.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도 2016년의 2개였을 만큼 마무리 투수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조상우 이탈 후 5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 1승4세이브를 기록했다. 출루 허용도 단 두 개뿐이다. 장정석 감독은 “(조)상우가 돌아오더라도 마무리 자리를 두고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며 오주원의 활약을 반겼다.

박병호의 자리는 한 명의 힘으로 대체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여러 명이 똘똘 뭉쳤다. 박병호가 빠진 뒤 11경기에서 김규민(0.375), 이정후(0.356), 장영석(0.323), 서건창(0.295) 등이 3할을 넘나들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김하성은 12타점, 박동원은 10타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맡고 있다. 임시 4번타자 제리 샌즈가 타율 0.250으로 다소 부진하지만 6타점으로 최소한의 역할은 하고 있다.

박병호는 16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1군 등록이 가능했지만 아직 변화는 없다. 장 감독은 “지금 대체 선수로 활약 중인 김규민, 장영석의 그림이 괜찮다. 이들을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박)병호 형이 빠진 우리를 상대가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고 이를 악물었다. 김규민 역시 “병호 형이 빠졌고, 젊은 선수들이 많지만 ‘승패는 잊고 즐기며 뛰자’는 마음으로 뭉쳐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 불가 자원들의 이탈도 ‘젊은 영웅’의 질주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분위기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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