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마음으로” SK 문승원이 지키는 평정심

입력 2019-06-2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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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5선발 문승원은 25일까지 시즌 평균자책점 3.63을 기록하며 6승(3패)을 거뒀다. 5월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으로 공백이 있었지만, 복귀 직후 3연승을 기록 중이다. 현재 페이스라면 데뷔 첫 10승 달성도 가능하다. 스포츠동아DB

“마운드 위에선 ‘내가 에이스’라는 생각으로 던집니다.”

당당하게 자신의 공을 던지려는 각오가 담겨 있다. SK 와이번스 문승원(30)이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비결이다.

팀의 실제 에이스인 김광현의 조언에서 비롯됐다. 김광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일본에서 열린 2차 스프링캠프에서 4·5선발 박종훈, 문승원에게 “너희는 이제 경험이 많다. 로테이션 순번은 뒤여도 마운드에 오르는 날 만큼은 스스로를 에이스라고 생각하고 던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문승원은 “‘나도 에이스’라며 건방을 떠는 것이 아니라 마운드에서 의기소침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해석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나는 여전히 선발진에 내 자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긴장도 늦추지 않는다.

5선발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25일까지 시즌 평균자책점 3.63을 기록하며 6승(3패)을 거뒀다. 5월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입어 2주 가량 공백기를 가졌지만, 복귀 직후 개인 3연승을 달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이력도 부지런히 쌓인다. 처음으로 한 주간 2경기서 승리(11일 KT 위즈·16일 NC 다이노스)를 거뒀고, 22일에는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통산 첫 승을 챙겼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개인 첫 10승 달성도 거뜬하다.

대내외적으로도 칭찬 일색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문승원을 두고 “연속으로 볼이 들어오는 경우가 없었다. 체인지업을 비롯해 공이 정말 좋더라”며 감탄했다. 염경엽 감독도 “국내 최고의 5선발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치켜세웠다. 팀 후배 박민호는 문승원을 향해 “눈이 부시다”며 장난 섞인 말 한마디를 던지고 지나가곤 한다.

그러나 정작 문승원은 “나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다. 정말 고맙다”며 “커맨드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처음으로 달성하는 기록들에도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다”고 특유의 덤덤한 표정을 짓는다. 이렇듯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문승원은 “이제는 목표를 세우지 않으려고 한다. 목표를 세우면 거기에 얽매이는 것 같다”고 털어놓으며 “매 게임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야구장 밖에서도 눈부신 첫 순간이 문승원을 기다린다. 첫째 아들을 품에 안을 날이 머지않았다. 2018년 한국시리즈(KS) 1차전을 앞두고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들었던 그는 선수단 버스에서 남몰래 감격의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리고 KS 우승을 통해 문승원 2세는 ‘우승둥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예비 아빠’ 문승원은 “곧 아이가 태어난다. 요즘 아내의 배를 만지면서 아이에게 ‘빨리 나오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잠실|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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