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BO도 당황한 강백호의 부상…더 이상의 인재(人災) 없어야

입력 2019-06-26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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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의 부상 이튿날인 26일, 인조잔디와 안전물로 덧댄 사직구장 불펜.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스포츠에서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경기 외적인 부분으로 인해 선수가 다친다면 이는 다른 문제다.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를 자부하는 KBO리그에서 납득할 수 없는 부상이 또 한 번 나왔다.


● 소 두 마리 잃고 고친 외양간


KT 위즈 외야수 강백호(20)는 2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9회말 신본기의 타구를 잡던 중 파울라인 바깥 홈 불펜쪽 펜스에 오른 손바닥을 부딪혀 피를 흘렸다. 교체 후 병원 1차 검진 결과 손바닥 5㎝가 찢어졌다. 근육까지 손상된 강백호는 결국 26일 서울 중앙대병원으로 이동해 전신마취 후 수술을 받았다. 나흘간 입원 예정이며 복귀까지 8주 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회복에만 4주 가량이 필요하며, 정상적인 출장까지 8주 예상이다. 이강철 감독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다. 결코 성급하게 무리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펜 그물을 고정하는 와이어클립의 마감이 문제였다. 전력질주로 달려오던 충격이 날카로운 너트에 가해졌으니 손바닥이 성할 리 없었다. 사직구장의 낙후된 시설이 낳은 불의의 부상. 이윤원 롯데 단장은 경기 종료 직후 이숭용 KT 단장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롯데 측은 “강백호가 심각한 부상을 당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빠른 시간 내 부상완치를 기원한다. 사고 부분의 즉각적 보수와 더불어 구장 전체의 안전 점검을 진행해 향후 사고 예방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롯데 구장혁신 TF팀은 해당 경기 종료 직후 해당 부분의 위험성을 직접 파악했고, 이튿날 오전부터 보수 작업에 나섰다. 인조잔디와 쿠션을 감싸 날카로운 부분을 없애는 임시방편이었다. 롯데 관계자는 “본격적인 점검 및 개선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재차 다짐했다. 임시방편이라고는 해도 보수작업은 반나절 만에 끝났다. 4년 전 사직구장의 불펜 문을 열다 왼 손바닥이 찢어졌던 심창민(당시 삼성 라이온즈)의 인재(人災)가 되풀이 된 것이다. 소 두 마리를 잃고서야 외양간을 고친 것이다.

KT 강백호의 부상 이튿날인 26일, 인조잔디와 안전물로 덧댄 사직구장 불펜.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 부산시는 수수방관, KBO는 대책 고심 중

사직구장의 소유주인 부산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롯데는 부산시에 매년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사직구장을 이용한다. 구장 개보수 대부분도 구단 예산으로 집행됐다. 롯데 관계자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묻자 “시의 잘못이라고는 볼 수 없다. 대규모 보수가 아니고서는 구단 자체 판단으로 진행하는 게 맞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부산시에서는 강백호의 부상을 두고 사과 등 어떠한 조치도 내놓지 않았다. 수수방관한 채 롯데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KBO도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KBO 관계자는 “프로 원년부터 살펴보더라도 정상적인 경기 시설물이 아닌 위험한 설치물로 선수가 부상을 입은 적은 드물다”고 밝혔다. 물론 펜스에 부딪혀 다친 사례는 있었지만 펜스가 딱딱하다는 걸 인지한 상태였다. 이러한 펜스도 2014년을 기준으로 모두 안전한 소재로 바꿨다. KBO는 “이번 사건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KBO 규약136조 안전보장 1항은 ‘KBO리그 경기 중 홈구단은 심판위원 및 상대구단의 충분한 안정을 보장하고 이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조항의 목적은 선수단의 출퇴근길 안정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KBO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규약을 해석할지 고민 중인 단계다. 설령 해당 규약을 적용하더라도 제재금 500만원부과가 전부이기 때문에 정운찬 총재도 이를 두고 고민 중이다. KBO는 26일 전 구단에 시설물 안전 관리 진단을 지시했다. 선수의 부상은 개인과 팀, 그리고 리그 전체의 손해다. 그 부상이 황당한 요인으로 발생했다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1982년 출범, 올해로 ‘38살’이 된 KBO리그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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