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상문 감독(왼쪽)-이대호. 스포츠동아DB
그런 이대호에게 최근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이대호는 9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 6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장했다. 2008년 7월 18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4008일 만이다. 2017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 롯데로 복귀한 뒤 클린업트리오에서 벗어난 것도 이날이 처음이었고, 안타 하나를 때렸다.
이대호는 10일까지 88경기에서 타율 0.287, 11홈런, 68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은 이대호라는 이름값에 어울리는 활약을 했지만 최근 10경기에서는 타율 0.222, 무홈런, 3타점으로 침묵했다. 하지만 기량을 떠나 상징성이 강한 이대호를 내린 것은 과감한 시도였다.
양상문 롯데 감독은 10일 NC전이 우천 취소된 뒤 “(이)대호는 시즌 초반만 해도 꾸준히 활약했다”며 “최근 부진에 빠진 뒤 나름대로 준비 과정을 바꿨다. 훈련부터 루틴까지 손을 댔다. 그간 하지 않던 여러 가지를 시도하니 곧 활로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타순조정은 그 사이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라는 배려였다.
여기에 메시지도 숨어 있다. 양 감독은 “이제부터라도 팀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지금까진 부족했지만, 그걸 바꾸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의 세계에 영원한 건 없다. 이대호의 타순 조정은 단지 이대호를 향한 게 아닌, 팀 전체를 관통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