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권. 스포츠동아DB
54.8%. 올 시즌 주권(24·KT 위즈)의 체인지업 구사율이다. 전체 투구의 절반 이상이 체인지업이다. KBO리그에 전례 없는 돌연변이 유형의 투수다. 그런 변칙으로도 주권은 데뷔 처음으로 성공시대를 쓰고 있다.
KBO리그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주권의 체인지업 구사율은 54.1%로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1위다. 2위 이재학(NC 다이노스·44.8%)과 차이는 10%에 달한다. 보기 드문 구사율이다. 스탯티즈는 2014시즌 데이터부터 제공하는데, 그때부터 올해까지 6년간 체인지업 구사율 50%를 넘긴 투수는 올해 주권과 2017년 이재학(50.3%)뿐이다.
지난해까지 모습과 딴판이다. 주권은 2018년(16.5%)~2017년(18.7%)~2016년(15.2%)~2015년(3.3%) 모두 체인지업 구사율 20%를 넘기지 않았다.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유행이나 스타일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주권만큼의 체인지업 구사율을 띄는 투수는 없다. ‘베이스볼서번트’가 제공하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구사율을 살펴봐도, 500구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체인지업 구사율 50%를 넘는 사례는 없다.
주권의 ‘역대급 구사율’이 놀라운 건, 예측이 가능한 패턴에도 타자들을 제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권은 12일까지 올 시즌 52경기에서 56.2이닝을 소화하며 5승2패1세이브19홀드, 평균자책점 3.34를 기록했다. KT 소속 단일 시즌 최다 홀드 기록(종전 2017년 심재민·13홀드)을 이미 새로 썼으며, 20홀드를 눈앞에 뒀다.
첫 번째 변화는 매커니즘이다. 이강철 감독에 따르면 주권은 지난해까지 속구와 체인지업을 던질 때 폼 차이가 컸다. 쉽게 표현하자면, ‘체~인~지~업’의 템포로 공을 던졌다. 템포가 속구 때에 비해 훨씬 느렸기 때문에 예측이 쉬웠다. 하지만 올해는 이 감독과 구단 데이터팀의 조언을 받아들여 속구와 같은 폼에서 나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권은 “매커니즘을 바꾸니까 오히려 낙폭이 커졌다. 타자들이 잘 속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타자들이 아무래도 체인지업을 노리는 게 느껴진다.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에 ‘칠 테면 쳐봐라’ 하고 던진다. 그러면서 패턴이 읽혀도 승부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례 없는 돌연변이. 주권의 호투는 야구팬들의 볼거리를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