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서기 야구장은 뜨겁다.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는다. 하필 8월에 시작되는 2연전은 경기력을 더 떨어뜨린다. 대형 실외 에어컨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SK 박종훈의 모습이 여름철 2연전의 험난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 야구팀은 매주 월요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KBO리그의 여러 소식과 뒷이야기, 다양한 전망까지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대화입니다. 회의실 현장을 날것 그대로 야구팬들에게 전달해드립니다. 29일 야구팀 회의 참석자: 이경호 차장, 강산, 장은상, 서다영, 최익래 기자
이경호(이하 이): 벌써 5년째인데…. 8월 시작되는 2연전 시스템은 여전히 현장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일정표를 보면 KBO가 깊이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만 어쩔 수 없이 주 3회 이동을 해야 하는 팀도 있습니다. 최선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해결책이 없을까요.
강산(이하 강): 10개 구단, 144경기 체제의 2연전은 정말 지옥입니다.
최익래(이하 최): 경기력뿐만 아니라 사실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는 위닝시리즈를 어떤 팀이 차지하느냐가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그런 점에서도 아쉬움이 크죠.
이: 처음 이 일정이 나왔을 때부터 우려가 있었는데요. 전체 720경기를 팀당 홈과 원정을 균등하게 치르는 방안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3연전과 2연전이 혼합된 스케줄로 결정이 됐죠.
장은상(이하 장): 이게 결국 16경기를 홈·원정 똑같이 나눠서 배분을 해야 하니 생기는 문제인데요.
이: 팀당 16차전과 시즌 144경기가 출발점인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사실 격년제로 홈경기 숫자를 달리하면 2연전을 없애고 3연전을 최대한 많이 치를 수 있습니다.
강: 마케팅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어 그 홈경기를 양보하는 게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구단 입장에서야 이해는 갑니다만, 지금 한화나 9월 초 삼성의 2연전 일정은 정말 최악에 가깝습니다.
장: 수익과 직결된 부분이라 합의가 좀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스포츠동아DB
서다영(이하 서): 왜 하필 혹서기에 2연전이 시작되는지…. 체력적인 부담도 있고 장마철도 겹쳐 있어 우천 취소 가능성도 높잖아요. 6일 울산 원정을 다녀온 키움 히어로즈처럼 2연전 가운데 한 경기만 취소되더라도 경기를 하는 시간보다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요.
이: 생각해 보니 그렇군요. 차라리 3~4월에 2연전을 먼저하고 3연전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잠시 올해 일정을 설명드리면 3월 23일 개막과 함께 2연전을 치른 뒤 8월 1일까지 3연전으로 총 715경기를 소화합니다. 2일 하루를 쉬고 3일부터 180경기가 2연전으로 잡혀 있습니다. 이후에 미편성된 5경기가 우천 취소된 게임 등을 더해 잔여 일정을 정하는 시스템입니다.
서: 맞습니다. 10개 구단이 손익을 따지는 상황이라 양보를 해주기 어렵다면 시즌 초를 2연전 체제로 빨리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비록 시즌 초이긴 하지만 빠르게 2연전씩 치르면서 여러 팀을 만나면 전력 파악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흥행 측면에서도 여러 팀을 빨리 만나니까 흥미롭고요.
장: 선수들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차라리 4월에 2연전을 하자’고요.
이: 각 팀 감독들은 현 2연전, 180경기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KBO에 전달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역시 구단들이 서로 양보해야 큰 틀에서 변화가 가능합니다. 만약 격년제로 홈 경기 숫자에 차등을 둔다면 한 팀이 3연전 3번씩 9경기를 홈에서, 다른 팀이 3연전 2번과 1경기를 따로 편성해 총 7게임을 안방에서 치르는 방안으로 가능합니다. 1경기는 잔여경기 때 취소된 경기와 함께 편성하면 효율적일 것 같고요. 이렇게 5팀씩 나눈다면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데요.
강: 구단들이 지혜를 잘 모아야 합니다.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그에 따른 경기력 저하가 찾아오면 마케팅에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한 장의 잎사귀에 사로잡혀 나무를 못 보고, 한 그루의 나무에 사로잡혀 숲을 못 보는 우를 범해선 안 되죠.
장: 이동거리가 긴 지방 팀들은 어려움이 더 큰 상황이죠.
이: 사실 신인 선수들이 프로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이 ‘잦은 이동’입니다. 피로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뛰다 보면 부상의 위험성도 높고요.
최: 조금 극단적일 수 있는 생각인데요. 팀별로 홈경기 숫자에 차등을 두면서 2연전 문제를 해결하면서 상위 5개 팀에 어드밴티지를 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면 홈경기도 더 많이 치를 수 있게 하는 거죠.
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것 같네요. 다만 지금 하위권 팀들이 거세게 반대할 듯해요.
서: 지금으로선 144경기가 너무 많다는 의견도 많잖아요. 경기 수를 줄여서 홈·원정 경기 비율을 따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 같아요.
최: 팀당 12차전이면 참 심플해지는데요.
이: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팀당 12차전, 6경기씩 홈·원정을 치르면 딱 깔끔한데, 시즌 경기 수가 108경기로 줄어들어요.
최: 많이 줄어드는군요.

스포츠동아DB
이: 저도 조금 극단적인 생각을 하자면 차라리 리그를 양대리그로 나누고, 인터리그를 치르는 것도 가능합니다. 같은 리그는 팀당 18차전, 인터리그로 팀당 12차전을 치르면 한 시즌 132경기가 되네요. 모두 3연전으로 치를 수도 있고요. 포스트시즌도 더 흥미진진해지지 않을까요.
장: 극단적인 것을 넘어서 무식해 보일 수도 있는데, 4연전 시스템은 어떨까요.
이: 메이저리그는 일정에 4연전이 있죠.
장: 수익 등을 고려하면 평일에 쉬고 주말 위주로 편성하면 운영이 어렵진 않을 듯한데요. 화수목금~토일월화~수 휴식~목금토일~월 휴식~화수목금~토일월화~수 휴식~목금토일~월 휴식. 이런 방법입니다. 4연전이 붙어 있어 휴식 없이 8경기를 치르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
이: 살벌하네요. 그러나 팀당 16차전이기 때문에 깔끔하게 떨어지긴 하네요. 이 모든 것이 10개 팀이 단일리그에서 144경기를 소화하려다 보니 생긴 문제인데요. 10개 구단 시스템이 나왔을 때 최종적으로 2개 팀이 더 창단돼 12개 팀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었죠. 그래야 짝수 팀 양대 리그도 가능하기 때문에.
장: ‘리그 확장’ 환상의 시나리오이지만 현 실정을 보면 판타지네요.
이: 대화를 이어갈수록 KBO의 고충도 이해가 됩니다. 그래도 결론은 내야겠죠. 매년 11월 다음 시즌 일정이 발표되는데요. 지금 한참 작업이 시작될 시기입니다. 현장의 의견, 여론과 미디어의 다양한 생각들이 잘 반영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팀당 홈·원정 경기 조정이 가장 빠른 해결책으로 생각됩니다.
강: 2연전 체제가 어쩔 수 없다면 혹서기는 피하는 게 최적이라는 판단입니다. 다들 죽겠다고 하니…. 야구 외적인 변수로 경기력이 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장: 무리수1, 4연전도 검토는 해주세요!
최: 무리수2, 야구 못하면 홈경기 두 게임 못 할 각오로!
이: 무리수3, 홈경기 숫자 서로 양보하기 싫으면 12개 팀으로 늘리거나 아니면 8개 팀으로 줄이거나 하세요!
서: 그건 진짜 무리수네요, 하하.
[스포츠동아 스포츠부 야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