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둘은 실력도, 기록도 엇비슷하다. 최고 권위의 발롱도르 수상을 나란히 5번씩 나눠 가졌을 정도로 여전히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각은 상반된다. 천재형의 메시와 노력형의 호날두 모두 이 시대를 대표하는 축구스타이지만, 평가자가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선택은 달라진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니라 슈퍼컴퓨터에게 이 논쟁을 묻는다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실제로 이런 연구가 이뤄졌다.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21일(한국시간) “벨기에에서 개발된 슈퍼컴퓨터가 두 선수의 우열을 갈라놓았다”고 전했다. KU루뱅대학교(벨기에)의 컴퓨터학과 교수들이 네덜란드의 스포츠과학 전문가들과 합작으로 연구한 결론은 “메시가 호날두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분석틀은 VAEP(Valuing Actions by Estimating Probabilities)이다. 이 분석의 특징은 측정 가능한 모든 행동들을 계량화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득점과 도움을 들여다본 게 아니라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동, 즉 공격과 수비의 기여도를 모두 측정했다. 연구진은 “한 경기에서 한 선수는 1600회 이상 움직인다. 우리는 이런 모든 행동을 수치화했다”고 설명했다. 득점과 도움뿐 아니라 슈팅과 패스, 드리블, 태클 등 모든 동작들을 평가한 것이다.
호날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 자료는 2013~2014시즌부터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2017~2018시즌까지 5시즌을 기준으로 삼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시는 경기당 1.21VAEP를 기록한 반면, 호날두는 단지 0.61만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마다 메시가 호날두보다 훨씬 가치 있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근거다.
연구진은 “첫 시즌에는 두 선수 모두 비슷한 기록을 보였지만, 2015~2016시즌부터 메시가 더 뛰어난 성과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메시가 위대한 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축구선수 중에는 크게 중요하지 않는 순간에도 움직임을 많이 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대표적인 선수가 폴 포그바), 공은 많이 차지 않지만 임팩트가 큰 선수도 있다(대표적인 선수가 해리 케인, 모하메드 살라, 호날두). 그런데 메시는 특별하다. 많이 움직이면서도 그런 움직임이 굉장히 가치 있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GOAT 논쟁을 벌이는 메시 팬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자료는 없을 듯 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