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투수. 대부분의 팀들은 투수 엔트리를 12명으로 꾸린다. 이들 중 선발투수와 클로저, 필승조를 제외하면 추격조와 패전조가 남는다. 승부처에 등판하기 힘든 패전조를 뜻하는 단어가 열두 번째 투수다.
KT 위즈에서는 김대유(28)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빗나갔지만 김대유는 행복을 논한다. 불과 1년 전 방출의 아픔을 맛봤던 그는 이제 ‘내년’을 논하게 됐다.
●방출선수가 책임진 22이닝의 가치
2018년 가을, SK 와이번스는 김대유에게 재계약 불가 의사를 전했다. 2018년 퓨처스리그 32경기에서 1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5.40으로 고전하며 단 한 차례의 1군 콜업도 없던 20대 후반 선수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하루아침에 은퇴 기로에 놓였지만 포기는 없었다. 꾸준히 몸을 만들던 그는 KT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입단 테스트 제의. 그 즉시 일본 미야자키에 차려진 KT 마무리캠프지로 출국했다.
테스트 결과는 합격. KT 유니폼을 입게 된 그는 당시 ‘일단 1군에 진입하는 것만 생각하자’는 다짐을 세웠다. 그리고 8월 23일까지 18경기에서 2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05를 기록 중이다. 비록 패전조 역할이라도 타 팀에서 방출된 선수가 20이닝 이상을 메워주니 KT 마운드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이강철 감독도 “(김)대유의 커브가 좋아졌다. 자주 등판하지는 못하지만 본인 몫을 충분히 해준다”고 칭찬했다.
●커브, 불편함으로 얻은 불편함
김대유의 올 시즌 커브 구사율은 17.1%. SK 시절 마지막 1군 등판 기록이 남았던 2017년 당시에는 커브 구사율이 0%였다. 변화는 박승민 투수코치의 조언에서 시작됐다. 커브 제구에 애를 먹던 그에게 박 코치는 “네가 편한 대신 타자들도 편한 공과 네가 불편한 대신 타자들도 불편한 공. 둘 중 하나를 고른다고 가정하자. 어느 쪽이 너한테 도움이 될지 잘 생각해보자”고 조언했다. 제구가 조금은 힘들더라도 ‘좌투 스리쿼터’ 궤적에서 날아오는 커브는 타자들에게 골칫거리다.
박 코치의 이러한 조언에 힘입은 김대유는 자신 있게 커브를 던지기 시작했다. 김대유는 “박승민 코치님, 이승호 코치님은 내 야구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만들어준 분들이다. 2018년까지의 나와 올해의 내가 달라진 게 있다면 전부 코치님들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여기에 ‘야구인 2세’ 효과도 톡톡히 노리고 있다. 김대유의 아버지는 김종석 부산중 감독(55)이다. 김 감독은 1987년부터 1993년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한 왼손투수다. 김대유가 SK에서 방출됐을 때부터 KT 유니폼을 입었을 때 모두 자신감을 끌어올리도록 조언했다. 무뚝뚝한 부산 사나이들끼리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지만, 아버지의 존재는 김대유에게 여전히 고마움 그 자체다.
●‘강철 불펜’의 숨은 공로자
KT는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특히 후반기로 범위를 좁히면 2.32. 리그 1위에 올라있으며, 이른바 ‘강철 불펜’이라고 불리고 있다. ‘클로저’ 이대은을 필두로 주권, 김재윤 등 셋업맨들의 역할이 돋보인다.
냉정히 말해 김대유의 역할은 아직 패전조다. 12명의 투수 엔트리 중 12번째 투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다소 비껴서있지만 김대유는 지금도 행복을 말한다.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확실히 경기를 마무리 지을 투수는 어느 팀에나 필요하다. 만일 패전조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추격조가, 더 나아가 필승조가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후배들이 빛날 수 있도록 지금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건 진심이다(웃음).”
인터뷰 말미. 김대유는 “가을이 조금씩 보인다”는 말을 꺼냈다. 자신의 기여도가 높고 낮음을 떠나 치열한 5강 싸움을 펼치고 있는 KT의 일원이라는 자체가 행복하다는 김대유다.
“우리 팀, 너무 멋지지 않나요?”. 김대유의 반문이다. 만일 누군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그 이유에는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김대유의 역할도 분명히 포함돼있을 것이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KT 위즈에서는 김대유(28)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빗나갔지만 김대유는 행복을 논한다. 불과 1년 전 방출의 아픔을 맛봤던 그는 이제 ‘내년’을 논하게 됐다.
●방출선수가 책임진 22이닝의 가치
2018년 가을, SK 와이번스는 김대유에게 재계약 불가 의사를 전했다. 2018년 퓨처스리그 32경기에서 1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5.40으로 고전하며 단 한 차례의 1군 콜업도 없던 20대 후반 선수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하루아침에 은퇴 기로에 놓였지만 포기는 없었다. 꾸준히 몸을 만들던 그는 KT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입단 테스트 제의. 그 즉시 일본 미야자키에 차려진 KT 마무리캠프지로 출국했다.
테스트 결과는 합격. KT 유니폼을 입게 된 그는 당시 ‘일단 1군에 진입하는 것만 생각하자’는 다짐을 세웠다. 그리고 8월 23일까지 18경기에서 2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05를 기록 중이다. 비록 패전조 역할이라도 타 팀에서 방출된 선수가 20이닝 이상을 메워주니 KT 마운드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이강철 감독도 “(김)대유의 커브가 좋아졌다. 자주 등판하지는 못하지만 본인 몫을 충분히 해준다”고 칭찬했다.
●커브, 불편함으로 얻은 불편함
김대유의 올 시즌 커브 구사율은 17.1%. SK 시절 마지막 1군 등판 기록이 남았던 2017년 당시에는 커브 구사율이 0%였다. 변화는 박승민 투수코치의 조언에서 시작됐다. 커브 제구에 애를 먹던 그에게 박 코치는 “네가 편한 대신 타자들도 편한 공과 네가 불편한 대신 타자들도 불편한 공. 둘 중 하나를 고른다고 가정하자. 어느 쪽이 너한테 도움이 될지 잘 생각해보자”고 조언했다. 제구가 조금은 힘들더라도 ‘좌투 스리쿼터’ 궤적에서 날아오는 커브는 타자들에게 골칫거리다.
박 코치의 이러한 조언에 힘입은 김대유는 자신 있게 커브를 던지기 시작했다. 김대유는 “박승민 코치님, 이승호 코치님은 내 야구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만들어준 분들이다. 2018년까지의 나와 올해의 내가 달라진 게 있다면 전부 코치님들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여기에 ‘야구인 2세’ 효과도 톡톡히 노리고 있다. 김대유의 아버지는 김종석 부산중 감독(55)이다. 김 감독은 1987년부터 1993년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한 왼손투수다. 김대유가 SK에서 방출됐을 때부터 KT 유니폼을 입었을 때 모두 자신감을 끌어올리도록 조언했다. 무뚝뚝한 부산 사나이들끼리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지만, 아버지의 존재는 김대유에게 여전히 고마움 그 자체다.
●‘강철 불펜’의 숨은 공로자
KT는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특히 후반기로 범위를 좁히면 2.32. 리그 1위에 올라있으며, 이른바 ‘강철 불펜’이라고 불리고 있다. ‘클로저’ 이대은을 필두로 주권, 김재윤 등 셋업맨들의 역할이 돋보인다.
냉정히 말해 김대유의 역할은 아직 패전조다. 12명의 투수 엔트리 중 12번째 투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다소 비껴서있지만 김대유는 지금도 행복을 말한다.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확실히 경기를 마무리 지을 투수는 어느 팀에나 필요하다. 만일 패전조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추격조가, 더 나아가 필승조가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후배들이 빛날 수 있도록 지금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건 진심이다(웃음).”
인터뷰 말미. 김대유는 “가을이 조금씩 보인다”는 말을 꺼냈다. 자신의 기여도가 높고 낮음을 떠나 치열한 5강 싸움을 펼치고 있는 KT의 일원이라는 자체가 행복하다는 김대유다.
“우리 팀, 너무 멋지지 않나요?”. 김대유의 반문이다. 만일 누군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그 이유에는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김대유의 역할도 분명히 포함돼있을 것이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