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은 전반기 막판 극심한 타격 부진에 허덕이며 3위(57승40패)로 처졌다. 무엇보다 상대 좌투수가 선발등판한 27경기에서 9승18패(승률 0.333)에 그친 탓에 좀처럼 반등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상대팀은 두산을 만날 때마다 집요하게 좌투수를 내보내며 약점을 파고들었다. 계투진을 포함한 좌투수 상대 타율도 0.238로 최하위였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 보니 손쓸 방법이 없어 선수들의 스트레스도 극심했다. 지난 3년간(2016~2018시즌) 보여준 강팀의 면모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완전히 달라졌다. 타격에서 반전을 이뤄낸 것이 결정적이다. 24일까지 21경기에서 14승7패(승률 0.667)로 10개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고, 팀 타율(0.311)도 당당히 1위에 올라있다. 5점 이상 벌어진 11경기에서 9승2패의 승률을 기록한 것도 선수들의 체력안배에 큰 몫을 했다. 6점 이상을 뽑아낸 11경기에선 전승을 거뒀다. 대량득점이 편안한 승리로 이어지니 스트레스가 줄었고, 투수들도 한층 편안하게 투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후반기 들어 좌완 선발을 상대로 5승4패(승률 0.556·3위)의 성적을 거둔 것이 고무적이다. 압도적이진 않지만, 전반기와 견줘 2할 이상 올라간 좌완 선발 상대 승률을 기록 중인 것 자체만으로 선수들의 자신감이 크게 올라갔다. 현장에선 1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좌완 에릭 요키시를 상대로 2이닝 만에 8안타로 8점을 뽑아내는 등 활발한 타격을 펼친 게 전환점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계투진을 포함한 좌투수 상대 타율도 0.300로 10개구단 중 2위다. 좌투수 공략법을 찾은 덕분에 후반기 들어 타선이 전체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박건우(0.378·2위)와 허경민(0.373·3위), 페르난데스(0.369·5위) 등 후반기 타격 10위권에 3명이나 포진한 점도 눈에 띈다. 24일 경기에서 4안타를 터트린 허경민은 후반기 좌투수 상대 타율 1위(0.476·21타수10안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타자들이 정확도에 초점을 맞추면서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바라보고 있다. “확연히 좋아졌다고 하긴 어렵다”면서도 “힘이 좋은 타자들이 콘택트 위주로 타격을 하는 등 치는 방법을 다시 정립했다. 선수들이 골고루 다 잘 쳐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성환 코치도 “타자들의 분위기가 많이 올라갔다”고 반색했다.
대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