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두산의 1위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성의 SK, 마지막 역전을 꿈꾸는 두산. 결정적 시나리오는 세 차례의 맞대결에서 결판이 날 전망이다. 사진은 8월 28일에 열린 두 팀의 맞대결에서 협살에 걸린 두산 허경민(오른쪽)이 SK 투수 앙헬 산체스를 피해 3루 쪽으로 뛰는 모습.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 야구팀은 매주 월요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KBO리그의 여러 소식과 뒷이야기, 다양한 전망까지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대화입니다. 회의실 현장을 날것 그대로 야구팬들에게 전달해드립니다. 2일 야구팀 회의 참석자: 이경호 차장, 정재우 전문기자, 강산, 장은상, 서다영, 최익래 기자
이경호(이하 이): 6월 28일 1위 SK 와이번스와 2위 두산 베어스의 게임차는 3.5경기였습니다. 이후 꾸준히 6~8게임차가 유지됐습니다. 2019시즌 페넌트레이스 1위 경쟁은 사실상 끝났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8월 13일 8게임차를 정점으로 SK와 두산의 격차는 계속 좁혀지더니 2일 기준 다시 3.5경기가 됐습니다. 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두산은 과연 다시 ‘미러클’을 보여 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SK가 1위를 지켜낼까요.
최익래(이하 최): 두 팀의 격차가 이렇게 순식간에 줄어들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정재우(이하 정): 그래도 아직까지는 SK가 많이 유리하다고 봐야죠.
서다영(이하 서): 8월 중순까지만 해도 SK가 그대로 1위로 끝낼 줄 알았어요. 역시 페넌트레이스는 연패, 연승이 중요하네요.
강산(이하 강): 3.5게임차도 20경기 남짓 남은 상황에선 작은 간격은 아닙니다만, 두 팀의 맞대결이 3차례 남아있다는 게 변수죠.
이: 빈틈이 없어 보였던 SK가 흔들렸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서: SK는 후반기에 홈런이 줄어든 점이 치명적이었죠. 타선 전반의 힘이 떨어지면서 번번이 제때 점수를 내지 못했어요.
강: 수비에서도 불안한 모습이 많이 나왔어요.
최: SK는 우승을 했던 지난해도 타선의 정교함은 떨어졌던 팀인데, 올해는 ‘한 방’을 잃었고, 부족한 정교함은 여전한 느낌입니다.
이: 반대로 두산은 베어스 특유의 야구를 보여주고 있어요. 이제 스몰 볼에 다시 적응을 해내며 기동력 부분에 장점이 보입니다.
강: 무엇보다 후반기에 김승회, 김재환 등 주축선수들이 이탈한 상황에서 그 자리들을 어떻게든 메우며 버텨내고 있죠.
이: 객관적인 전력을 보면 그래도 여전히 SK가 강해 보이긴 해요, 마운드가 특히. 그렇지만 야구는 묘한 흐름이 있죠.
장은상(이하 장): 2017년 KIA는 ‘육절못’으로 수성 의지를 다졌는데, 올해 SK는 ‘초상집’ 발언이 있었죠.
이: ‘6게임은 절대 뒤집지 못한다’는 의미였죠. ‘초상집’은 시즌 중반 SK의 주간 성적 5승1패 때 나온 말이었죠, 하하.
정: 키움이 1위는 몰라도 2위에 미련 떨칠 수 없는 부분도 두산에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죠. 희한한 일이지만, 키움이 1위 싸움의 캐스팅 보트가 될 수도 있어요.
강: 두산과 키움도 2.5게임차가 납니다. 두산은 1위도 바라봐야 하지만 3위 추락도 대비해야 합니다.
이: 마지막 1·2위, 2·3위 경쟁이 정말 흥미롭네요.
장: 두산은 긴장감 높은 경기를 연달아 해야 되더군요. 이번 주 2연전에서 키움을 모두 잡으면 1위 추격에 집중할 수 있는데, 혹시 모두 잡히면 뒤도 신경을 크게 써야 하는 상황에 몰립니다.
강: 정말 큼지막한 흥행거리가 하나 나타난 느낌이네요. 이번 주에 두산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봅니다.
이: 진짜 두산은 1위가 바로 눈앞에 있지만 ‘어~어~’ 하다 보면 3위로 시즌이 끝날 수도 있겠어요.
최: 5년 합계 승률 6할을 넘긴 팀은 2011~2015년 왕조 삼성이 유일했는데, 두산(2015~2019 진행 중)이 도전 중입니다. 이기는 법을 아는 선수들이라 지금까지 추격도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두산 오재원. 스포츠동아DB
이: 두산은 저력이 있는 팀이죠. 5시즌 승률이 6할이라니 대단합니다.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SK와 두산 키포인트 혹은 키 플레이어는 누구라고 보시나요?
최: 두산은 오재원 꼽겠습니다. 기가 막힌 홈 스틸로 팀 분위기 전체를 바꿨는데, 오재원의 주특기죠. 이런 극적인 장면을 한두 번만 더 보여줘도 두산의 상승세에 기름을 붓는 거 아닐까요.
정: 두산은 KT와 16경기 모두 마친 점은 위안이죠. 단, 다른 하위팀들과의 경기도 많이 없어요. 반면 SK는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KT, 삼성, 한화, 롯데와 2경기 이상씩 남았고요. 잔여경기는 SK에 유리한 부분이 보이네요.
이: 두산은 최근 몇 시즌 롱 볼의 팀이었지만 사실 한 베이스 더 전진하는 기동력, 탄탄한 수비로 상대를 압박하는 능력이 가장 큰 강점이었죠. 이러한 전력의 정점에는 오재원이 있죠.
강: 두산은 함덕주입니다. 지금 불펜 플랜에서 사실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마무리투수를 계속 바꿔가며 세이브를 해내고 있거든요. 최근에 불안한 모습들을 떨쳐내고 안정감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최: 근데 잔여 일정이 정말 흥미로워요. 당장 3일부터 시즌 최종전까지 두산은 지방 원정이 창원~사직~대구 이렇게 3연전 한 번만 치르면 돼요. 나머지는 잠실이거나 인천 3경기예요.
SK 로맥(왼쪽)-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장: 저는 개인적으로 SK에서는 로맥, 두산에서는 유희관 뽑고 싶네요.
정: SK는 로맥, 두산은 유희관이요.
이: 의견이 똑같으시네요 하하.
서: SK는 로맥이 키플레이어 같아요. 타격감 때문에 4번 타순을 맡지 못하고 있는데 결국 로맥이 중심을 잡아줘야 해요.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타격감이 슬슬 올라오는 것 같아 보이고요.
강: SK는 로맥이네요. 요즘 정말 징그럽게 안 맞더군요. 포인트 자체가 흔들리는 느낌이랄까요.
최: 맥아더 장군님이 어쩌다…
이: 최근 SK 덕아웃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쫓기는 느낌이 들어요. 염경엽 감독 근처에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고요.
장: 최근 모습은 솔직히 제갈량보다는 조조의 느낌이 더 강하네요. 비난이 아니라 장점도 그렇게 느껴집니다.
정: 1위 팀 감독은 여러 발언에 앞서 항상 더 신중할 필요가 있죠.
강: 매우 공교롭게도, 1위 확정되면 ‘소사에게 휴식을 주겠다’고 했는데 그 이후 성적이 좋지 않네요.
장: 시즌 초 ‘14.5게임차의 빚이 있다’고 했었는데 다 갚기는 어렵겠네요.
SK 염경엽 감독(왼쪽)-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정: 염 감독은 많이 초조할 겁니다. 올해 어떻게든 통합우승을 달성해야 하니까.
이: 하긴 우승팀을 물려받은 최초의 감독이잖아요. 마지막으로 굉장히 부담스러운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현장 기자로 객관적인 답변 부탁드립니다. 올해 페넌트레이스 1위는 누가 할까요?
정: SK가 그래도 유리해 보여요.
강: 전 두산이요!
서: 그래도 결국 SK이지 않을까 싶어요. 워낙 마운드가 탄탄하잖아요. 타격 사이클이라는 게 떨어진 시기가 있으면 또 올라올 때가 있기 마련이라 곧 투타 밸런스가 다시 맞을 것 같아요.
정: 타격이 사이클을 타게 마련인데, 곧 SK 타선도 정상을 되찾겠죠.
이: 은상님, 익래님 망설이나요? 하하.
최: 전 SK에 한 표.
장: 두산으로 하겠습니다!
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의 결과를 전망하기 참 어렵죠. 전 팀의 정체성을 되찾은 두산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최: 사실 두산은 ‘미러클 두산’의 이미지가 강하긴 하죠.
강: 두산은 타자들이 콘택트 위주의 타격으로 스타일을 바꾸면서 확 달라졌어요. 그리고 주전이 빠졌을 때 어떻게든 그걸 버텨내는 저력이 있으니까요.
최: 올해 다시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 미러클이 재현될지….
정: 1위 SK, 2위 두산으로 끝나도 지난해처럼 한국시리즈 승부는 더 예측이 어렵잖아요. 지난해처럼 2위가 우승할 수도 있고요. 포스트시즌 승부도 기대됩니다.
이: 가을야구 굉장히 기대되는 포인트입니다.
최: 혹시 모르죠. SK, 두산이 아닌 제3의 팀이 우승할지도.
장: 아 그러네요.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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