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재균. 스포츠동아DB
황재균은 6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에 7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출장, 대기록을 달성했다. 1-0으로 앞선 4회 1사 1·2루에서 2루수 땅볼로 1루를 밟은 뒤 후속 장성우 타석에서 2루를 훔쳤다. 황재균의 시즌 10호 도루. 아울러 KBO리그 역대 9번째로 11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의 금자탑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황재균은 1군 데뷔 두 번째 시즌인 2008년(당시 우리 히어로즈 소속), 117경기에서 10도루를 기록했다. 이때부터 롯데 자이언츠 시절을 거쳐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올해도 기록을 유지하며 꾸준함을 증명했다.
연속시즌 두 자릿수 도루 기록을 10년 이상 기록한 선수는 손에 꼽는다. 도루 자체가 부상 위험이 높은 데다, 꾸준히 출루를 해야 베이스를 훔칠 수 있다. 꾸준한 관리와 준수한 출루율, 여기에 녹슬지 않은 스피드까지 동반돼야 작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황재균에 앞서 11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8명의 명단만 봐도 그렇다. 전준호(18시즌 연속), 정수근·박용택·이용규(이상 14시즌), 이순철·이대형(이상 13시즌), 정근우·이종욱(이상 11시즌) 등 KBO리그에 한 획을 그었던 전설적 ‘대도’들만 달성했던 기록이다.
기록이 현재진행형인 선수는 이용규(2005~2018)와 황재균 둘 뿐이다. 하지만 이용규는 올해 초 트레이드 요구로 인한 구단 자체 징계 탓에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구단과 갈등은 봉합됐지만 잔여 경기 출장 예정이 없다고 한용덕 감독이 못을 박았기 때문에 기록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황재균이 현역 최장 기록을 유지 중인 셈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평균에 수렴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황재균을 중심타자로 낙점했지만 시즌 초반 슬럼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고, 5월까지 타율 0.250에 그쳤다. ‘커리어로우’ 시즌이 유력했다. 하지만 이후 서서히 제 컨디션을 회복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전반기 막판 오른 중지 미세골절로 한 달간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복귀 후에는 핫코너를 지키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
경기 후 황재균은 “20~30개도 아니고 이제 막 10개라 큰 의미는 없다”고 손사래쳤다. 이어 그는 “공·수·주 모두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투고타저의 시대이기 때문에 한 베이스 더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황재균이 가장 신경을 쓰는 건 역시 수비다. 그는 “투수들이 ‘형이 영입되고 나서 확실히 던지기 편하다’고 해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도 내 옆으로 타구가 빠지지 않도록 다이빙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후일담 하나. 대기록을 세웠지만 경기 후 만난 황재균이 기자에게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오늘 NC 이겼어요?”였다. 0.5경기 차 치열한 5강 싸움 중인 NC 다이노스와 KT다. 선수들 모두가 5강에 대한 의욕이 넘치는 분위기다. 그렇게 황재균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만 다하고 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