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단장’ 아닌 ‘우승 감독’을 원하는 염경엽

입력 2019-10-01 12: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K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51)의 속은 타들어가는 듯했다. 대전에서 시즌 최종 2연전을 치르는 동안 경기 전이든 도중이든 안쓰러울 정도로 착잡하고 침통한 기색이 묻어났다. 팀의 144번째 경기였던 9월 3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그는 “87승을 하고도 이렇게 마치니(정규시즌 2위로 끝날 공산이 높다니) 당혹스럽다”며 “프로는 결과니까”라고 한탄했다.

염 감독은 “우승만 할 수 있다면 상금은 필요 없다. 돈이야 있다가도 사라지고, 없다가도 생기는 것이니까”라는 말도 덧붙였다. 순식간에 실낱같은 희망으로 변해버린 정규시즌 우승이 그만큼 간절해서였다. 두산 베어스에 9게임차로까지 앞서던 시간은 한낱 과거일 뿐이며, 9월초부터 위기를 직감하고는 ‘예방’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데 대해선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염 감독이 이토록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갈망한 이유는 능히 짐작이 간다. 시즌 막판의 급격한 추락이 포스트시즌으로까지 긴 꼬리표를 드리울 수 있는 현실적 이유가 우선이다. 멘탈 게임인 야구의 속성상 그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한국시리즈(KS) 직행에 실패해 플레이오프(PO)로 밀려날 경우에는 심각한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염 감독의 커리어에도 우승은 절실한 항목이다. 4년(2013~2016년)의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사령탑 시절 305승6무233패(승률 0.567)를 거뒀지만 정규시즌 최고 성적은 2014년 2위, 포스트시즌 최고 성적은 2014년 KS 준우승이다. 감독이면 누구나 꿈꾸는 우승을 넥센 시절에는 이루지 못했다.

‘우승 감독’이 아닌 ‘우승 단장’이었기에 더 절실할지도 모른다. 2017시즌을 앞두고 SK 단장으로 변신해 지난해 KS 우승에 일조했다. 트레이 힐만 전 감독에게서 KS 우승팀을 물려받고 올해 현장으로 복귀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돈보다 우승에 목마른, 가장 근원적인 이유일 수 있다. PO가 아닌 KS 직행으로 통합우승까지 달성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과연 해피 엔딩일지, 새드 엔딩일지 이제 곧 확인된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