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그리고 환경…롯데의 2020, 추상이 현실로 된다

입력 2019-11-06 16:4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현장과 프런트 수장 모두 바뀐 채 맞이하는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2020년은 ‘걱정 반 설렘 반’이다. 물론 2019시즌을 15년 만의 최하위로 마무리했기 때문에 걱정이 조금 더 큰 것은 사실이다. 설렘, 그리고 흥분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선 추상을 현실로 바꿔야 한다.

9월 부임한 성민규 단장, 그리고 11월 취임한 허문회 감독은 사실 롯데와 큰 접점이 없는 경력을 갖고 있다. 허 감독이 2001년부터 3시즌 간 롯데에서 뛰긴 했지만 주목도는 높지 않았고, 이후 지도자 생활 내내 롯데와 거리가 있었다. 성 단장은 롯데는 물론 KBO리그에 적을 둔 경험도 없다.

소위 ‘롯무원(롯데+공무원)’이라고 불리는 인사는 감독과 단장 선임에서 배제됐다. 김종인 대표이사 중심으로 혁신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강하다. 성 단장은 부임 직후부터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빌딩’ 대신 ‘리모델링’을 하겠다고 밝혔고, 자신의 임기 안에 시스템 구축을 통한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당당히 말한다.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 스포츠동아DB

허 감독도 비슷하다. 그가 취임식에서 강조한 건 환경이다. 코칭스태프가 야구 환경을 어떻게 맞춰주느냐에 따라 선수의 역량도 달라질 것이라는 게 허 감독의 철학이다. ‘롯데의 포수는 약점이 아니다’라는 발언도 이러한 의미에서 나왔다.

프로세스, 시스템, 그리고 환경. 어디까지나 추상적인 가치다. 이를 현실로 바꿀 일만 남았다. 이제 막 부임해 스토브리그를 진행 중인 상황에선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롯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FA 미아’였던 노경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자유계약선수(FA) 영입전에서도 단장이 직접 나서 ‘언론플레이’를 하기보단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팬들의 궁금증 해소 측면에선 답답함이 커질 수 있지만, 기존의 ‘설화’에 시달리던 롯데에 꼭 필요한 행보이기도 하다.

한두 가지의 굵직한 변화로는 추상을 현실로 바꾸기 어렵다. 작지만 의미 있는 것들을 쌓아가면 그게 롯데를 지탱하는 프로세스이자 시스템, 환경이 될 것이다. 변화는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