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수, 안치홍, 정수빈(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2009년 데뷔 첫 시즌부터 김상수(삼성 라이온즈)와 안치홍(KIA 타이거즈)은 영호남 라이벌 구도를 벌이며 인기 스타가 됐다. LG 트윈스 오지환, 두산 베어스의 정수빈, 박건우, 허경민 등도 동갑내기로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가 됐다.
그러나 1990년생 황금세대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첫 번째 FA 주인공 김상수는 2018시즌 종료 뒤 자격을 획득했지만 3년 총액 18억 원 계약에 만족해야 했다. 프랜차이즈 출신 1차지명 선수라는 정통성을 갖고 있고 팀의 전성기를 함께 했지만 예전의 삼성이 아니었다. 총액 18억 원 중 인센티브가 4억5000만 원일 정도로 냉정한 조건이었다.
동기생 중 가장 타격 성적이 뛰어났던 안치홍은 올 시즌 후 FA 자격을 회득했지만 이번 시즌 장타율이 급격히 떨어지며 시장에서 평가가 달라졌다.
지난해 안치홍은 130경기에서 23홈런 OPS 0.955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공격능력을 가진 2루수였다. 그러나 올해 부상으로 출전경기가 105경기로 줄었고 OPS도 0.792로 급격히 떨어졌다.
안치홍이 만약 2018시즌 성적으로 2, 3년 전 시장 환경에서 FA 협상을 했다면 거액 계약도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각 구단이 FA선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성적도 좋지 않아 KIA와 협상조차 순조롭지 않다. 오지환 역시 원 소속팀 LG와 협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타 팀 이적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지환이 요구하는 액수와 구단 제시액은 큰 차이가 있다.
두산 1990년생 동기생 중 정수빈이 내년 시즌 후 가장 먼저 FA가 될 예정이다. 그러나 FA 선수에 대해 특히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팀 특성상 대형 계약은 어려울 수 있다.
1990년생 보다 앞서 황금세대로 꼽혔던 1982년생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김태균(한화 이글스), 정근우(LG 트윈스) 등은 모두 초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역시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던 1988년생들도 김현수(LG), 김광현(KIA), 양현종(KIA) 등이 대형 장기계약에 성공했다. 반면 1990년생들은 앞 선 세대에 비해 FA만큼은 유독 오르막이 가파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