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에서 은퇴를 선언한 배영수가 24일 2019 통합우승 기념 ‘곰들의 모임‘ 행사에서 은퇴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정체를 밝혀라. 그래야 사인을 해 주지.”
두산 베어스에서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배영수(38)가 24일 잠실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산 구단의 2019 통합우승 기념 행사인 ‘곰들의 모임’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팬들의 사인과 사진 요청 하나하나에 모두 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마지막까지 큰 박수를 받으며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어린이 팬들이 배영수에게 다가서자 “정체를 밝히라”며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경험에서 묻어나온 여유였다.
배영수는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프로에 첫발을 내디딘 뒤 현역 최다인 138승(122패)을 기록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고, 연고지 팀인 삼성 유니폼을 입고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렸던 그는 2015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한화 이글스, 2019시즌 두산까지 두 차례 팀을 옮기면서도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하며 후배 선수들의 귀감이 됐다. 두산의 2019시즌 통합우승 확정 순간을 마운드에서 함께한 것도 그만큼의 노력 덕분이었다. 자연스럽게 두산 팬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떠날 수 있었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통합우승 기념 곰들의 모임 행사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3000여 명의 팬들 앞에 나선 배영수는 전풍 구단 대표이사와 김태룡 단장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받은 뒤 “두산에 온 지도 이제 10개월이 지났다. 많은 일이 있었는데, 기쁜 마음으로 은퇴할 수 있게 돼 사장님과 단장님, 김태형 감독님을 비롯한 선수단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덧붙여 “처음에 두산 유니폼을 입었을 때 좋아해주신 분도, 싫어하셨던 분도 있을 텐데 잘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갑자기 많은 양의 비가 내리기도 했다. 구단은 애초 “우천시 그라운드 행사를 취소하고 선수단 사인회만 진행한다”고 공지했지만, 팬들이 자리를 뜨지 않자 모든 프로그램을 정상 진행했다. 선수들은 행사 중간에도 상황이 허락하는 한 최고의 팬서비스를 했다. 이영하는 “이렇게 팬들과 함께하는 자리는 즐겁다”고 활짝 웃었고, 배영수의 사인을 받고 싱글벙글하던 안윤찬(11) 군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힘들었지만 모든 행사가 다 즐거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