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0승’ 김세영, LPGA 투어의 ‘살아있는 전설’ 됐다

입력 2019-11-26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꿈 많던 ‘태권 소녀’가 있었다. 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주위를 맴돌며 접한 운동만 수두룩했다. 태권도는 물론 배드민턴과 탁구 등 또래들과 즐길 수 있는 공놀이를 하루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접한 골프가 소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처음에는 집안 거실에서 멋모르고 클럽을 휘두르다가 TV를 깬 적도 있다. 그래도 골프를 향한 애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실력이 쑥쑥 느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만 커져갔다.

타고난 운동 센스와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언제나 극적인 역전승 만들어내는 ‘빨간바지의 마법사’가 마침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김세영(26·미래에셋)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티뷰론 골프클럽(파72·6556야드)에서 끝난 올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약 59억 원) 최종라운드에서 18번 홀(파4) 끝내기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정상을 밟았다. LPGA 투어 역대 단일대회 최다 우승상금인 150만 달러(18억 원)와 함께 시즌 3승이자 통산 10승이라는 값진 선물을 안은 ‘역전의 여왕’은 결국 감격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간 자신이 써왔던 드라마처럼 이번에도 드라마 같은 우승이 그려졌다. 앞조 찰리 헐(23·잉글랜드)이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김세영과 17언더파 공동선두로 뛰어오른 상황. 설상가상으로 18번 홀 김세영의 세컨샷이 핀에서 8m 떨어진 곳으로 향하면서 우승은커녕 연장행조차 쉽지 않아졌다. 그러나 승부사 김세영은 역시 흔들리지 않았다. 라이를 침착하게 살펴본 뒤 장거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정상 등극으로 김세영은 LPGA 투어 통산 10승 고지를 밟았다. 한국인으로는 25승 박세리(42), 19승 박인비(31), 11승 신지애(31)의 뒤를 이은 역대 4번째 대기록이다. 2015년 미국 진출 후 빠른 속도로 쌓아올린 금자탑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날 자신을 상징하는 빨간바지를 입고 필드를 누빈 김세영은 “사실 18번 홀까지 찰리 헐이 나와 같은 타수인지를 몰랐다. 버디 퍼트를 하고 나서 리더보드를 본 뒤 정말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면서 “올 시즌 최고의 마무리를 했다. 곧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가족들은 물론 친구, 지인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18억 원이라는 거액의 우승상금을 품고 LPGA 투어 통산상금 100억 원을 돌파한 김세영은 끝으로 “이렇게 많은 상금을 받은 적은 처음이다. 이 돈을 어떻게 쓸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다. 일부는 뜻 깊은 일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