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한 약속, 끝내 주저앉은 박상원 “성훈아, 미안하고 고맙다”

입력 2019-11-26 10:3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화 박상원.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투수 박상원(25)은 올해 61경기에 등판해 1승4패12홀드, 평균자책점(ERA) 3.97을 올렸다. 불펜투수로선 준수하다. 그러나 69경기에서 4승2패9홀드, ERA 2.10을 기록한 지난해에 비하면 꽤 뒷걸음질을 친 성적이다. 지난해 3위에서 올해 9위로 추락한 팀처럼 극적인 부침을 겪었다.

속이 편할 리 없다. 그렇기에 팀의 마무리훈련에 참가해선 마음을 굳게 먹고 올 시즌 부족했던 부분을 착실히 채웠다. 마무리훈련이 막바지로 접어들었을 무렵 충남 서산의 한화 2군 전용훈련장에서 만났을 당시 그는 “그래도 아쉬움은 없다. 나름 최선을 다한 결과이니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당당하고 의연한 마음가짐을 보였다.

선발투수와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하는 셋업맨은 부담감이 큰 자리다. 그는 “팀이 흔들리면서 나도 같이 흔들렸다. 하지만 (김)태균이 형, (정)우람이 형처럼 어느새 자기 페이스를 찾아가던 베테랑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배운 게 많다. 팀과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강철 같은 멘탈을 강조했다.

누구보다 굳세고 씩씩할 것 같은 박상원이지만, 프로입단동기(2017년)이자 자신보다 네 살 어린 김성훈의 허망한 죽음 앞에선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다. 23일 김성훈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곧장 광주로 내려가 빈소에서 한동안 홀로 우두커니 영정만 바라봐 주위를 숙연케 했다.

25일 발인까지 꼬박 지킨 박상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인에게 끝내 갚지 못한 마음의 빚을 털어놓는 동시에 지키지 못한 약속을 한스러워했다. 지난해 7월 22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데뷔 후 처음 선발등판 기회를 잡아 5.1이닝 2안타 6삼진 1실점으로 호투한 김성훈의 첫 승 기회를 4-1의 리드 속에 물려받았다가 동점을 허용하며 날려버린 자책감이 여전히, 그리고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상원은 먼저 “형이 정말 많이 미안해 성훈아. 시작을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는데, 그 누구보다 믿고 의지했었던 형한테 성훈이는 정말 든든하고 특별한 하나뿐인 친구 같은 동생이었는데, 그동안 형 투정 받아주고 이해해줘서 정말 고마웠어”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이어 “형만 아니었으면 우리 성훈이 데뷔전 첫 승 멋있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정말 많이 속상했을 텐데, 먼저 형한테 다가와서 ‘형 고생했어요. 야구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죠. 어떻게 항상 잘 던져요. 웃으면서 다음에는 꼭 막아주십쇼’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준 게 정말 너무 고마웠어”라며 “제대로 사과도 못해서 너랑 한 약속 꼭 지키고, 첫 승 하는 날 형 때문에 첫 승 늦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아직 사과도 제대로 못했는데, 정말 미안해. 첫 승하고 첫 시작이 좋았으면 어땠을까. 너의 꿈을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라고 애통해했다.

끝으로 박상원은 “그동안 정말 너무 고마웠고, 많이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정말 많이 많이 사랑해. 그리고 형 한 번만 용서해줘. 정말 미안하고 형이 자주 보러 갈게. 사랑해 동생”이라고 다시 한번 추모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