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이야깃거리 풍성한 K리그, 이만한 스토리 또 어디에 있나요?

입력 2019-11-29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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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하나원큐 K리그1 2019’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부럽지 않았다. 손에 땀을 쥐는 매 라운드를 마치면 순위표가 바뀌었다. 선두 경쟁부터 최하위 다툼까지 시선을 줄 곳이 정말 많았다.

‘골라 관전하는’ 재미는 정규리그 최종전(38라운드)에도 이어진다. 무의미한 경기는 없다곤 하나 보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경기들이 있다. 먼저 30일 동시에 열릴 K리그1 파이널 라운드 그룹B(7~12위)의 최대 관심사는 11위 주인공이다.

K리그1 10위까지 다음시즌을 1부에서 맞이하나 차순위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12위는 K리그2로 자동 강등되고, 11위는 자체 플레이오프(PO)를 통과할 K리그2 최종 2위와 홈 앤드 어웨이의 승강PO를 거쳐야 한다.

올해의 K리그1 11위는 창원에서 가려진다. 10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33)와 11위 경남FC(승점 32)의 충돌이다. 경남의 뒤집기는 오직 하나, 승리뿐이다. 인천은 무승부만 해도 생존을 확정하나 축구는 ‘비기기만 해도 되는’ 경우가 가장 어렵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절박함은 우열을 가릴 수 없어도 동기부여의 측면에선 원정 팀이 앞설 수 있다. 최근 자신의 투병 사실을 공개한 유상철 감독의 인천은 상대가 쥘 홈 어드밴티지를 상쇄시킬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고 많은 이들은 예상한다.

파이널 라운드 그룹A의 3경기가 일제히 펼쳐질 12월 1일은 스포트라이트가 고루 향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모조 트로피를 마련한 가운데 우승 세리머니가 울산과 전주 두 곳에서 준비 중이다.

2위 전북 현대(승점 76)에 한 경기 차로 앞선 울산 현대(승점 79)는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었다. 포항 스틸러스에게 패하지 않으면 2005년 이후 14년 만의 정상 탈환에 성공한다. 전북은 강원FC를 꺾고, 울산이 져야 통산 7번째 시상대 꼭대기에 선다.

전북이 간절히 바라는, 반대로 울산이 꼭 피하고픈 변수가 있다. 트라우마와 징크스. 2013년 승점 2를 앞서 선두를 달리던 울산은 2위 포항에 홈에서 무릎을 꿇었다.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로 역전 우승한 포항의 기적은 지금까지도 자주 회자된다.

실제로 포항의 의지도 만만치 않다. 우승은 실패했어도 자존심은 구길 수 없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울산-포항의 ‘동해안 더비’는 구단 명예가 걸린 대결이다. “모든 경기를 패해도 울산은 꺾는다”는 것이 포항 선수단의 분명한 각오다.

시즌 내내 K리그 흥행의 중심에 선 대구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의 마지노선인 리그 3위가 걸려있다. 3위 FC서울(승점 55)을 4위 대구FC(승점 54)가 제압하면 순위가 달라진다. 오심 논란 등 서울에 대한 피해의식이 유독 강한 대구는 만원관중 앞에서 대역전극을 꿈꾼다. 올 시즌 서울에게 3전패한 대구 안드레 감독은 “트로피 없는 결승”이라며 설욕을 벼른다.

언젠가 들었던 얘기가 있다. “K리그는 스토리가 없어!” 프로축구가 재미없다는 의미였다. 이제 그 분을 다시 만나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이만한 스토리 어디서 또 찾을 수 있냐”고. 그리고 열심히 뛰어준 K리그 구성원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 “재미있어서,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줘 고마웠다”고.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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