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첫 볼 터치부터 골네트를 출렁이기까지 딱 12초 걸렸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홀로 약 70m를 단독 질주했고, 수비에 나선 상대 선수 9명이 허물어졌다. 골키퍼와 마주한 상황에서 시도한 오른발 킥에 이은 득점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지구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토트넘은 8일(한국시간) 런던에서 열린 번리와의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홈경기에서 5-0 쾌승, 시즌 6번째 승리(6무4패)와 함께 상위권 진입을 향한 잰걸음을 이어갔다.
백미는 토트넘이 2-0으로 리드한 전반 32분 나왔다. 손흥민이 소속 팀 문전 왼쪽에서 볼을 잡았다. 전반 30분55초 스프린트를 시작한 그는 압박에 나선 상대 선수들을 하나 둘 따돌렸고, 끝내 상대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섰다.
엄청난 스피드와 돌파에 이어 전반 31분07초에 터진 골에 6만 관중이 들어찬 경기장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보는 관점에 따라 적게는 6명, 최대 9명까지 따돌리고 터진 리그 5호, 시즌 10번째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의 얼굴은 세상을 전부 가진 듯 했다.
측면 공격수로 출격한 손흥민은 득점에 앞서 공격 포인트에 성공한 상태였다. 전반 4분, 해리 케인의 첫 골을 어시스트해 주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에서 침묵한 아쉬움을 말끔히 씻었다. 시즌 9호, 리그 7호 도움으로 예열에 성공하자마자 ‘인생 골’이 나왔다.
현장의 TV 중계 해설자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국제부문 선수가 명성에 맞는 놀라운 골을 터트렸다”는 강렬한 코멘트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영국 공영 BBC는 “‘올 시즌의 골’을 확인했다”는 표현을 썼다.
이 과정에서 추억 속 전설들의 이름이 여럿 등장했다.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와 호나우두(브라질), 조지 웨아(라이베리아) 등이다. 스카이스포츠는 “1986멕시코월드컵 잉글랜드전에서 하프라인부터 이어진 드리블에 이은 마라도나의 골을 연상케 했다”고 했고, 조세 무리뉴 감독(포르투갈)은 1996년 FC바르셀로나에서 목격한 호나우두의 득점을 떠올렸다. 2002한일월드컵 득점왕 출신 호나우두는 당시 후방부터 환상적인 돌파로 수비진을 붕괴시킨 뒤 득점한 바 있다. 또 다른 매체는 1996년 AC밀란(이탈리아)에 몸담은 조지 웨아의 80m 드리블에 이은 골을 ‘닮은 꼴’로 분류했다.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세기의 골’로 장식한 손흥민은 “타이밍이 운 좋게 맞았을 뿐”이라고 자세를 낮췄지만 다시 한 번 가치를 뽐내면서 몸값 폭등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