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번→61번’으로, 故 김성훈과 함께 뛰는 박상원

입력 2019-12-15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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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1’로 등번호 변경, 故 김성훈과 함께 뛰는 박상원

한화 이글스 투수 박상원(25)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료 투수 김성훈의 등번호를 달기로 했다. 올해까지 자신의 분신이었던 58번에서 고인의 등번호인 61번으로 바꾼다.

박상원과 고 김성훈은 2017년 함께 프로에 데뷔해 동고동락한 ‘입단동기’다. 대학(연세대)을 거친 박상원이 나이는 네 살 더 많다. 김성훈은 지난달 23일 새벽 광주 시내 모 병원 옥상에서 실족해 21세의 꽃다운 나이로 눈을 감았다. 사흘 내내 빈소를 지켰던 박상원은 발인을 마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애틋한 추모의 글로 팬들의 심금까지 울린 바 있다. 고인의 첫 승을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 고인이 보여준 따뜻한 동료애에 대한 고마움이 절절히 배어있었다.

불행한 기억이 뇌리에 여전한 가운데 박상원은 최근 구단에 등번호 변경을 요청했다. 2차 드래프트, 트레이드, 보류선수명단 작성 등에 따른 선수단 개편작업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등번호 정리작업이 병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구단에선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61번을 달고 김성훈과 함께 뛰고 싶다’는 박상원의 간곡한 요청에 구단도 방침을 바꿨다.
박상원은 15일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그 사연을 담담히 털어놓았다.이날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 참가에 앞서 그는 “프로에서 58번을 달고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둬왔고, 정우람 선배(57번)에게서 야구로든, 인간적으로든 배운 게 많아서 그 뒤 번호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또 58번은 야구선수들이 그다지 좋아하는 번호는 아니어서 내가 끝까지 달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61번이 몇 년간 빈 상태로, 또 그 뒤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다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구단에서도 ‘1, 2년간은 추모의 의미로 비워두자’고 했는데, 고맙게도 내 의사를 받아들여주셨다”고 덧붙였다.

조심스러운 속내도 내비쳤다. “자꾸 이런 식으로 알려지고 싶진 않다”며 주저하다가 용기를 내 “언제까지 야구를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61번을 끝까지 달겠다. 61번을 달고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스파이크와 글러브에도 (김)성훈이의 이름을 새겨달라고 구단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팬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드러냈다. 박상원은 “58번이 달린 내 유니폼을 사주셨던 팬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다. 유명한 선수가 아니라 내 등번호가 달린 유니폼을 구입해주신 팬들이 많진 않다”며 “그분들께는 나중에 새 유니폼을 선물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는 “프로선수에게는 (성적이) 당연한 일”이라며 내년 시즌 한층 더 강하고 꾸준한 활약을 다짐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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