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KOVO 이사회 안건결정 시스템 바뀌나

입력 2019-12-18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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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ㅣKOVO

지난 16일 스포츠동아가 남자부 단장들의 아시아쿼터 도입 등 KOVO 이사회 안건의 일부를 보도하자 단장들의 휴대전화 단체 대화방은 난리가 났다. “어디서 새 나갔는지 발설자를 찾아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어떤 비밀도 결국은 밝혀진다. 그래서 진실의 힘이 무섭다는 것이다. 팬의 성원으로 먹고 사는 프로스포츠에서 여론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쉬쉬하며 숨기기보다는 널리 알려서 보다 많은 사람들의 조언도 듣고 새 정책이 가져올 부정적 파장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미래지향적이다. 새 제도와 관련해서 팬들은 부정적이다.

19일 이사회는 아시아쿼터 도입과 샐러리캡 현실화보다 더 중요한 안건도 논의된다. KOVO 이사회의 근간을 바꿀 의사결정 시스템의 변경 방안이다.

그동안 이사회는 남녀 13개 구단 단장들과 KOVO 총재가 사무국장들의 모임인 실무회의에서 올라온 안건을 토의해 최종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어떤 안건이 통과되려면 이사진 과반수 이상의 출석과 출석자의 과반수 이상 동의가 필요했다. 이사회의 규정이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였다. KOVO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이사들의 전원일치 찬성을 유도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13개 남녀구단의 모임에서 전원일치찬성 방식이 오래 유지됐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지만 그래도 그동안은 잘 지켜져 왔다. 그만큼 각 구단들이 V리그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지키자는 대의명분을 잘 따랐다. 간혹 뜻이 다른 구단들도 함께 껴안고 가는 평화를 유지해왔다.

지금까지는 조금씩 양보를 해가며 이사회를 잘 유지해왔지만 갈수록 구단들의 생각이 달라지는 눈치다. 요즘은 남자, 여자구단끼리도 공통의 관심사가 다르다보니 의견이 쉽게 통일되지 않는다. 사안별로 원하는 것이 다르기에 의견일치는커녕 난상토론이 자주 벌어지고 때로는 고성도 오간다고 들었다.

이렇게 알력이 쌓여가다 보면 남자팀과 여자팀의 리그분리는 현실로 될 것 같다. 요즘 그런 말들도 자주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나온 방안이 만장일치를 포기하고 중요한 안건은 표 대결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지금껏 사용하지 않았던 과반수 이상 출석과 투표의 방식을 따르거나 새 규정을 만들자고 한다. 새 방식을 원하는 측에서는 경기규정과 운영 등 특별한 규정은 이사회 구성원 3분의2 이상 출석과 4분의3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하고 나머지 일반적인 행정규정은 과반수 출석과 찬성으로 결정하자고 한다.

만일 이 방안이 통과된다면 갈수록 양극화를 향해 치닫는 구단의 전력격차를 줄이고 샐러리캡 현실화, 아시아쿼터 등의 새 시도는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다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이 가능하다고 몇몇 구단은 보고 있다.

하지만 KOVO는 표 대결이 가져다줄 감정싸움과 동업자정신 약화라는 파장을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의 제도를 이사들에게 알리고 만장일치 시스템의 장점을 설명하려고 하지만 반응은 어떨지 누구도 모른다.

역시 이번에도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표 대결 방식이 선택되더라도 KOVO의 투표권을 어디까지로 정해서 몇 표를 주는 것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래서 19일 이사회는 여러모로 중요하게 됐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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