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FIFA는 정치·축구를 분리하라는데…정치색 못 피한 홍콩·중국전

입력 2019-12-18 18: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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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중국과 홍콩의 남자부 축구 경기에서 홍콩 팬들이 중국 국가가 울려퍼지자 등을 돌리고 있다. 부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회원국들에게 강조하는 사항이다. 실제로 축구협회에 대한 정부의 간섭으로 월드컵 등 국제대회 정지 처분을 당한 사례가 있다. 박종우(부산 아이파크)는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직후 ‘독도는 우리 땅’ 문구를 꺼내들었다가 메달 박탈을 당할 뻔 했다. 관중석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경기장은 돌출 행위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예비 화약고다.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홍콩과 중국의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차전이 그랬다. 중국이 2-0으로 이긴 이 경기는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의 ‘범죄인 인도조례(송환법)’ 개정을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6개월 넘게 이어진 시점에 열린 경기였기 때문이다. ‘이 시국 매치’로 불린 이유다.

대한축구협회는 초긴장 상태였다. 오직 이 경기를 위해 경찰 병력을 350명으로 확대(통상 80명)했고, 사설 경호인원을 640명(통상 560명)으로 늘렸다. 완전히 동선이 분리된 양국 팬들의 지참물은 사전 신고를 받았고, 출입구에선 소지품 검사가 철저히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광복홍콩 시대혁명’(홍콩 시위 구호)이 적힌 플래카드와 ‘글로리 투 홍콩(시위 음악)’이 적힌 티셔츠 등이 제지당한 일부가 거세게 항의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검정 마스크를 착용한 200여 명의 홍콩인들은 90분 내내 기립해 “위 아 홍콩”을 외쳤고, 식전 이벤트로 중국국가 ‘의용군 행진곡’이 흘러나오자 뒤로 돌아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중국·홍콩은 별도 FIFA 회원국이나 일국양제 특성상 국가는 한 번 연주된다.

다행히 큰 충돌은 없었다. 중국 팬들이 워낙 소수(50여 명)인 영향도 있으나 그라운드는 냉정했다. 거친 플레이로 정평이 난 중국도 위험한 행위를 줄였고, 홍콩도 상당히 얌전하게 뛰었다. 서로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충돌 후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는 훈훈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부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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