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AI 한돌에 두 점 불계패하며 프로인생 피날레

입력 2019-12-21 20:1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프로가 된 이후 온전히 두 개의 흑돌을 바둑판 위에 올려놓아 본 적이 있었을까.
2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린 이세돌 9단의 은퇴기 최종국. 조용히 반상에 두 점을 올려놓는 이세돌의 손가락이 살짝 떨리는 듯 보였다.

이세돌 9단은 AI 한돌과 세 판의 은퇴기를 두었다. 두 점 치수에 덤 7집반을 건넨 1국은 한돌의 치명적인 실수로 가볍게 승리. 하지만 2국의 호선 대국에서는 이세돌이 완패했다. 이날 벌어진 3국은 다시 두 점으로 복귀한 상황이었다.

이기든 지든 이날의 한 판은 이세돌의 24년 4개월 프로생활을 마감하는 피날레가 될 것이었다. 주최 측은 이 의미있는 대국을 기념하기 위해 대국장소를 이세돌의 고향인 신안군으로 잡았다.

이세돌은 “마지막인 만큼 이기기 위한 바둑보다는 이세돌다운 바둑을 두겠다”며 마지막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현실은 냉엄했다. 181수 만의 불계패. 이세돌은 특유의 묘수와 강수를 동원해 한돌의 벽을 깨보고자 했지만 AI가 쌓아올린 벽은 두텁고 높았다. 세계 바둑계의 한 시대를 풍미한 1인자의 마지막 대국치고는 허망하고 쓸쓸했다. 이세돌 본인은 “졌지만 좋은 승부를 해서 행복하고 기쁘다”라고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날 대국을 끝으로 이세돌은 바둑사의 저 편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전설로 남게 됐다. 1995년 7월 12세의 나이로 입단해 1904전 324승 3무 577패, 승률 69.65%의 기록을 남겼다. 세계대회 18차례, 국내대회 32차례 총 50회의 우승을 차지했으며 한국기원 공식 상금집계로 98억 원을 벌었다.
입단 후 32연승으로 ‘불패소년’이란 이름을 얻었던 이세돌은 ‘쎈돌’이란 별명으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앞으로의 계획) 전체적인 그림은 좀 지나야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애증의 바둑판을 떠나는 그의 모습에서는 홀가분함과 서운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굿바이 이세돌’. 지구상에서 바둑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의 이름은 바둑과 함께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로 명명된 이번 은퇴기에서 이세돌은 2국의 승리수당 5000만원을 포함해 2억 원을 받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출처 | 한게임바둑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