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만년 2등 형사 2부 직장인 검사들이 의외의 공적을 세웠다. 얼떨결에 손발을 맞춘 이선균과 정려원이 전국구로 날리던 ‘연쇄 사기범’을 검거한 것.
23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 3회에서 검사 이선웅(이선균)과 차명주(정려원) 사이엔 2차전이 발발했다. 시작은 명주의 기습 공격이었다. 선웅이 지도 중이던 신입검사 김정우(전성우)를 데려오겠다고 선언한 것.
“김프로는 새 지도 검사 만나서 좋고, 나는 유능한 후배랑 같이 일할 수 있어서 좋고, 윈윈 아닌가요?”라는 명주에게 후배를 빼앗긴 선웅은 이를 갈았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계속 부딪혔고, 선웅은 큰맘 먹고 제안한 화해의 저녁 식사마저 명주에게 거절당하자 “확실해졌어. 이제부터 전쟁이야”라며, 본격적인 전쟁을 선포했다.
무엇보다도 두 검사는 여전히 정반대의 사건 처리 노선을 달리고 있었다. 우는 아기를 안고 와 벌금을 줄여달라고 하는 아기 엄마를 마주한 선웅이 그녀의 절박한 상황에 공감했다면, 명주는 아기가 진짜 그녀의 자녀일지부터 의심했다. 이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어긋나길 반복하며 점점 더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워갔지만, 이날 방송에서는 두 사람의 활약이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며, 형사 2부의 면을 세운 사건이 그려져 흥미를 자아냈다.
그 시작은 서럽게 울면서 명주의 검사실을 두드린 할머니 정복례. 아들이 보내주는 해외여행을 떠나려고 했는데 몇 년 전 친구에게 명의를 빌려줬던 일이 잘못돼 수배되어 외국에 나갈 수가 없다는 사연을 갖고 있었다.
마침 명주는 회의 참석차 자리를 비웠고, 309호 소속으로 참고인 조사를 하던 정우는 인자하고 순수해 보이는 할머니를 믿고 싶었다. 금쪽같은 소개팅에 늦을까 봐 전전긍긍 중이었기 때문. 수배를 해제하고 할머니를 돌려보내려던 그때, 회의가 끝난 명주와 마주쳤고, 아니나 다를까 명주는 정우와 정복례를 다시 불러들였다.
놀랍게도 정복례는 평범한 할머니가 아니었다. 수백억 원대 어음 사기를 전국구로 “귤 까먹듯 태연히 저지르는” 무시무시한 ‘연쇄 사기마’였고, 순진한 검사를 낚아 수배를 해제하기 위해 제 발로 진영지청을 찾아왔던 것.
그러나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듯 등장한 명주 때문에 계획은 어그러지고 말았다. 냉정하고 침착한 명주는 정복례의 동정심 유발 작전에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고, 그의 지난 행적을 낱낱이 살폈다. 마침내 정복례의 전국구 기소 중지 내역을 확인한 명주. 스케일이 남다른 사건을 처리한 공으로 다시 서울에 올라갈 생각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띄워졌다.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자 심장이 안 좋다는 꾀병으로 노선을 튼 듯 보였던 정복례가 진짜로 거품을 물고 쓰러진 것. 결국, 진영지청에는 구급차가 들어섰고, 명주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강압 수사’라는 오점이 남을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
그런데 도움의 손길은 의외의 곳에서 나타났다. 하필 세제 향기를 좋아하는 독특한 취향의 선웅이 쓰러진 정복례에게서 익숙한 냄새를 맡았고, 그가 일부러 세제를 마시고 연기 중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전국에 이름을 날렸던 사기범 정복례가 지방 소도시에서 검거되며, 사건 담당 검사 명주가 진영일보 1면을 장식해 만년 2등인 형사 2부의 면을 세우게 된 이유였다.
한편, 이날 선웅은 “차 검사님한테 심하게 말했던 건 진심은 아니었으니까 너무 마음에 두지 말았으면 좋겠네요”라며 다시 한번 명주에게 화해의 손길을 건넸다. 그러나 명주로부터 “한번 해 보잘 때는 언제고? 저한테 유척으로 뭔가 어필하고 싶은 게 있었잖아요”라는 날카로운 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조민호(이성재) 부장과 함께 두 사람이 가볍게 맥주를 마셨던 밤, 선웅이 병따개 대용으로 사용했던 유척. 선웅과 명주가 졸업한 대학의 교수가 매년 애제자에게만 준다는 유척이 수석 졸업자인 명주가 아닌 선웅에게 전해졌고, 이를 발견한 명주가 계속해서 신경 쓰고 있었다.
과연 문제의 유척이 명주가 아닌 선웅 같은 ‘평범한 검사’가 가지고 있던 이유는 무엇일지, 선웅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있는 것일지, 예상치 못한 그의 미스터리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제공=‘검사내전’ 방송 화면 캡처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