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②] ‘백두산’ 하정우 “독립개그 스타일 추구, 최애 별명=하저씨”
배우 하정우가 영화 ‘백두산’ 안팎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영화에서 EOD 대원 조인창 역을 맡아 어쩌다 작전을 수행하게 된 허술한 캐릭터를 납득시켰다면, 스크린 밖에서는 ‘별명 지어주는 남자’로 맹활약했다. 출연진 중에서도 이병헌(리준평 역)과의 케미가 인상적이다.
“이병헌과 한 작품에서 호흡하는 것은 처음이었죠. 하지만 형의 작품을 많이 봐 왔고, 형의 표현 방식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에 첫 호흡이라고 해서 굉장히 생소하진 않았어요. 이병헌만의 유머 세계는 워낙 공고하죠. 저보다는 형의 개그 코드가 더 대중적일 것이에요. 저는 마니아틱한, 인디스러운, 독립개그 스타일을 추구하죠.”
이어 “이병헌만의 이과 분위기, '연기머신'다운 면을 좋아한다. 놀리는 것이 절대 아니다. 형은 열정까지 계산한 것 마냥 대단했고 나는 ‘백두산’을 통해 뵨사마가 왜 지금까지 1등인지 체험할 수 있었다”며 “정말 부지런하고 성실하다. 이병헌에게 ‘형 대단하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뒷모습만 나오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힘을 빼지 않는다. 호흡하는 상대 배우로서 정신을 더 차려서 촬영을 했다. 우리의 연기봇 버즈, 연기 알파고..”라고 존경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병헌과의 콤비 플레이를 ‘백두산’의 관전 포인트로 언급, “버디 장르스러운 부분이 있고, 재난 영화에서 더 나아갈 수 있었다"며 "본 시나리오보다는 코미디 부분을 많이 살렸다. 처음에는 인물들이 단선적이고 더 진지했기 때문이다”라고 돌아봤다.
“조인창의 부대원들과도 애드리브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영화에서 ‘부엉이’라고 불리는 역할도 촬영 전에 ‘부엉이’로 정한 것이죠. 실제 그 배우 별명이 부엉이거든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고 고민을 했어요. 제가 남 별명 지어주는 것을 좋아하긴하지만 저의 경우 팬들이 지어준 별명만 있어요. 다 마음에 들지 않아요.(웃음) 그나마 하저씨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하대갈도 유명한 별명이고.. 저는 다 모니터링하면서 지켜보고 있어요.”
이병헌과의 연기 호흡도 처음이지만 공동 연출작에도 처음 출연해본다. 하정우는 “일단 감독이 두 명(이해준, 김병서)이니 두 번 말해야한다. 아침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누구에게 먼저 말해야하는지부터 고민했다”고 유쾌하게 공동 연출작의 장단점을 정리했다.
“이해준 감독이 나이가 더 많으니 먼저 채팅톡을 해요. 그대로 복사해서 김병서 감독에게 보내죠. 심지어 김병서는 저와 동갑이라 반말을 하는데 귀찮아서 그대로 존댓말로 붙여 넣어서 보냅니다. 김병서는 채팅 어플도 설치하지 않아서 문자로 따로 보내줘야해요. 촬영 초반에는 두 감독이 의견이 다를 때 조율 문제도 있었고 다른 작품에 비해서 1.5배 더 테이크를 갔어요. 똑같은 얘기도 두 번 들어야했고요. 그래도 두 감독이 공동 연출 경험자라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장점은 브레인이 한 명 더 있다는 점이죠. 아이디어 채널이 추가된 것이니까 다양한 의견을 취합할 수 있었어요.”
‘백두산’은 조인창 대원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하정우는 “이왕이면 완벽하고 멋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더 수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를 높일 수 있느냐의 문제가 더 우선적”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조인창과 리준평은 상반된 캐릭터죠. 리준평이 완벽하고 멋있고 영화적이라면, 조인창은 다른 축을 담당해요. 잘 조화를 이뤄야 영화가 재미있고 풍성하게 느껴지는 것이니 저는 누구보다도 이병헌의 캐스팅을 바랐던 사람이에요. 리준평은 가만히 있어도 카리스마가 느껴져야 했거든요. 조인창은 상대적으로 더 인간적이어야 하고 그의 인간미는 솔직함에서 나와야했죠.”
그는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행위에 익숙해졌다. 환경이 변화해가니 적응할 수밖에”라고 말하면서도 “예전에는 단계가 있었는데 요즘은 독립영화계에서 조금만 잘 찍는다싶으면 바로 상업 시스템 안으로 데려오는 시대다. 자기 색을 펼칠 기회가 줄어드는 셈이다. 배우로서 중저예산 규모의 시나리오 만나고 싶은데 정말 흔치 않다. 그러니 만드는 수밖에 더 있나. 나는 여전히 열려 있다”고 여전히 중저예산 규모 영화에 대한 갈망을 나타냈다.
끝으로 “40대이고, 사회적 책임을 논하기 보다는 일단 나잇값부터 해야 한다. 현장에서도 ‘선배님’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연차가 돼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며 “지금 50대 형들도 건재하지 않나. 그런 형들이 있어 든든하고 다행이다”라고 직업적인 책임감까지 언급했다.
영화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절찬 상영중.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배우 하정우가 영화 ‘백두산’ 안팎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영화에서 EOD 대원 조인창 역을 맡아 어쩌다 작전을 수행하게 된 허술한 캐릭터를 납득시켰다면, 스크린 밖에서는 ‘별명 지어주는 남자’로 맹활약했다. 출연진 중에서도 이병헌(리준평 역)과의 케미가 인상적이다.
“이병헌과 한 작품에서 호흡하는 것은 처음이었죠. 하지만 형의 작품을 많이 봐 왔고, 형의 표현 방식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에 첫 호흡이라고 해서 굉장히 생소하진 않았어요. 이병헌만의 유머 세계는 워낙 공고하죠. 저보다는 형의 개그 코드가 더 대중적일 것이에요. 저는 마니아틱한, 인디스러운, 독립개그 스타일을 추구하죠.”
이어 “이병헌만의 이과 분위기, '연기머신'다운 면을 좋아한다. 놀리는 것이 절대 아니다. 형은 열정까지 계산한 것 마냥 대단했고 나는 ‘백두산’을 통해 뵨사마가 왜 지금까지 1등인지 체험할 수 있었다”며 “정말 부지런하고 성실하다. 이병헌에게 ‘형 대단하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뒷모습만 나오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힘을 빼지 않는다. 호흡하는 상대 배우로서 정신을 더 차려서 촬영을 했다. 우리의 연기봇 버즈, 연기 알파고..”라고 존경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병헌과의 콤비 플레이를 ‘백두산’의 관전 포인트로 언급, “버디 장르스러운 부분이 있고, 재난 영화에서 더 나아갈 수 있었다"며 "본 시나리오보다는 코미디 부분을 많이 살렸다. 처음에는 인물들이 단선적이고 더 진지했기 때문이다”라고 돌아봤다.
“조인창의 부대원들과도 애드리브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영화에서 ‘부엉이’라고 불리는 역할도 촬영 전에 ‘부엉이’로 정한 것이죠. 실제 그 배우 별명이 부엉이거든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고 고민을 했어요. 제가 남 별명 지어주는 것을 좋아하긴하지만 저의 경우 팬들이 지어준 별명만 있어요. 다 마음에 들지 않아요.(웃음) 그나마 하저씨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하대갈도 유명한 별명이고.. 저는 다 모니터링하면서 지켜보고 있어요.”
이병헌과의 연기 호흡도 처음이지만 공동 연출작에도 처음 출연해본다. 하정우는 “일단 감독이 두 명(이해준, 김병서)이니 두 번 말해야한다. 아침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누구에게 먼저 말해야하는지부터 고민했다”고 유쾌하게 공동 연출작의 장단점을 정리했다.
“이해준 감독이 나이가 더 많으니 먼저 채팅톡을 해요. 그대로 복사해서 김병서 감독에게 보내죠. 심지어 김병서는 저와 동갑이라 반말을 하는데 귀찮아서 그대로 존댓말로 붙여 넣어서 보냅니다. 김병서는 채팅 어플도 설치하지 않아서 문자로 따로 보내줘야해요. 촬영 초반에는 두 감독이 의견이 다를 때 조율 문제도 있었고 다른 작품에 비해서 1.5배 더 테이크를 갔어요. 똑같은 얘기도 두 번 들어야했고요. 그래도 두 감독이 공동 연출 경험자라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장점은 브레인이 한 명 더 있다는 점이죠. 아이디어 채널이 추가된 것이니까 다양한 의견을 취합할 수 있었어요.”
‘백두산’은 조인창 대원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하정우는 “이왕이면 완벽하고 멋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더 수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를 높일 수 있느냐의 문제가 더 우선적”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조인창과 리준평은 상반된 캐릭터죠. 리준평이 완벽하고 멋있고 영화적이라면, 조인창은 다른 축을 담당해요. 잘 조화를 이뤄야 영화가 재미있고 풍성하게 느껴지는 것이니 저는 누구보다도 이병헌의 캐스팅을 바랐던 사람이에요. 리준평은 가만히 있어도 카리스마가 느껴져야 했거든요. 조인창은 상대적으로 더 인간적이어야 하고 그의 인간미는 솔직함에서 나와야했죠.”
그는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행위에 익숙해졌다. 환경이 변화해가니 적응할 수밖에”라고 말하면서도 “예전에는 단계가 있었는데 요즘은 독립영화계에서 조금만 잘 찍는다싶으면 바로 상업 시스템 안으로 데려오는 시대다. 자기 색을 펼칠 기회가 줄어드는 셈이다. 배우로서 중저예산 규모의 시나리오 만나고 싶은데 정말 흔치 않다. 그러니 만드는 수밖에 더 있나. 나는 여전히 열려 있다”고 여전히 중저예산 규모 영화에 대한 갈망을 나타냈다.
끝으로 “40대이고, 사회적 책임을 논하기 보다는 일단 나잇값부터 해야 한다. 현장에서도 ‘선배님’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연차가 돼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며 “지금 50대 형들도 건재하지 않나. 그런 형들이 있어 든든하고 다행이다”라고 직업적인 책임감까지 언급했다.
영화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절찬 상영중.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