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0년 기억해야할 이름 ‘옥자연’

입력 2019-12-31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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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두산‘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은 신인 연기자 옥자연. 내년 방송 예정인 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영화 ‘백두산‘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은 신인 연기자 옥자연. 내년 방송 예정인 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한 비밀 작전에 투입돼 핵탄두 해체 임무를 맡은 특전사 대원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침착함과 용기로 위기를 극복하는 인물, 팀의 리더인 하정우가 긴박한 순간마다 어김없이 부르는 그 이름, 바로 “민중사!”이다.

신인 연기자 옥자연(30)이 영화 ‘백두산’을 통해 관객에 각인되고 있다. 민중사 역의 그는 강한 책임감과 몸을 사리지 않는 용기로 재난의 한 복판에서도 당황한 빛없이 임무를 수행한다. 무너져 내리는 다리 위를 위태롭게 달리는 버스를 손수 운전하면서 두 주인공인 이병헌과 하정우의 목숨까지 구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신뢰를 주는 중저음의 목소리, 연극 무대에서 단련된 또렷한 발음, 170cm가 넘는 훤칠한 키가 매력적인 옥자연이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새로운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출연한 영화 ‘백두산’의 흥행이 이 같은 기대를 높이는 바탕이 되고 있지만, 그 보다 앞서 주연한 영화 ‘속물들’을 통해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백두산’ 개봉을 앞두고 만난 옥자연은 “엄청난 과정의 오디션을 보고나서 두 달 동안 결과를 기다리던 때가 떠오른다”며 웃어 보였다.

배우 옥자연. 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배우 옥자연. 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 대학교 수업 도중 겪은 새로운 경험…연기자의 길

옥자연은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중학생 때 짧게 학교 연극부에서 활동했지만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품지 않았다. 연기와 연극을 향한 관심과 호기심이 그의 마음을 자극한 건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하던 3학년 때 시작됐다.

“장민호 선생님의 연극 ‘3월의 눈’이란 작품을 보고 엄청난 힘을 느꼈어요. 그 때 친구들은 고시 준비, 취직 준비하느라 다들 바쁠 때였죠. 마침 대학 수업에서도 연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처음 알았어요. 연기에 몰입하면 제 앞에 놓인 모든 걸 단번에 잊을 수 있다는 걸요. 제가 그 즈음 실연 상태였는데(웃음), 현실을 싹 잊게 되더라고요.”

대학생이 된 뒤로 일주일에 한두 편씩 연극을 꼭 챙겨봤다는 ‘열혈 연극 마니아’ 옥자연이 그 색다른 경험을 딛고 연극 무대로 향하는 과정은 어쩌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결심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당시 그의 나이 23살. 연기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나이다.

“친구들이 ‘연기 잘한다’고 해줘서 헛된 희망을 맛봤죠. 하하! 첫 무대가 2012년 국립극단에서 진행한 ‘손님’이었어요. 5개월 정도 다같이 트레이닝하고 공연을 올렸어요. 그게 시작입니다.”

그 뒤로 쉼 없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서 차곡차곡 쌓은 경험은 자양분이 됐다. 연극을 넘어 2016년 김지운 감독의 ‘밀정’을 통해 영화로도 영역을 넓혔다. 주인공 송강호의 아내 역을 맡고 짧게 등장한 옥자연은 “처음 장민호 선생님의 연극을 보고 느꼈던 전율이 다시 떠올랐다”며 “당시 촬영 현장에서 송강호 선배님을 보면서 주위를 차분하게 만드는 깊은 호흡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이후로도 옥자연은 영화와 드라마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실력을 다졌다. 비록 역할의 비중은 크지 않았고, 때문에 관객의 시선까지 빼앗지는 못했지만 주어진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김지운 감독의 ‘인랑’에서 맡은 간호장교, MBC 드라마 ‘이몽’에서 소화한 독립군 민병대장 역할 등이다.

배우 옥자연. 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배우 옥자연. 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기회는 준비된 연기자에게 다가온다. 옥자연이 첫 주연영화 ‘속물들’을 만나고, 이후 ‘백두산’에 참여할 수 있던 힘이다.

“‘백두산’은 상상으로 연기해야하는 장면이 대부분이었어요. 블루스크린 앞에서 막연하게 상상해야 했기에 타이밍이 중요했는데 경험이 없다보니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하는지 몰라 어렵더라고요. 새로운 도전이었던 만큼 애정도 크고 기대도 있어요. 저 빼고는 팀원 전부 남자들이어서, 뭐랄까… 진짜 팀워크를 발휘하는 군대에 온 느낌? 비슷했어요. 하하!”

옥자연에게 ‘백두산’은 배우로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결정적인 작품이 될 전망이다. 미술계 부조리를 다룬 ‘속물들’을 통해 영화계에 그 존재를 처음 알렸다면, 이번 ‘백두산’은 좀 더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쌓는 계기가 되고 있다.


● “루니 마라, 샤를리즈 테론처럼 강인한 여성상 그리고 싶다”

옥자연의 2020년은 빠르게 흐를 것으로 보인다. 흥행을 이어가는 ‘백두산’에 이어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에도 캐스팅됐다. 내년 방송가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드라마를 통해 안방 시청자와의 만남도 준비하고 있다. 매력적인 새 얼굴의 등장을 발 빠르게 알아본 드라마와 영화 제작진의 러브콜이 집중되고 있다.

옥자연은 “길게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동안 무명의 신인 입장에서 단역 등 짧게 지나치는 인물들을 주로 연기하면서 가진 어쩔 수 없는 아쉬움 때문인 듯 했다.

“개인적으로는 강인한 여성상을 좋아해요. 샤를리즈 테론, 루니 마라 같은 배우들이 보여주는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은 바람도 있어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연기를 시작해서인지, 지금은 현실을 알아가는 단계에요. 괴로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 괴로움도 연기를 좋아하기에 생기는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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