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우리 배구로” 현대캐피탈, 다우디 양날의 검 실마리 찾았다

입력 2020-01-30 15: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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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다우디. 사진제공 | KOVO

‘복덩이’ 다우디 오켈로(25·우간다)가 쥐어준 양날의 검. ‘지략가’ 최태웅 감독(44)은 해결책을 찾았다.

다우디는 11월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의 대체선수로 현대캐피탈에 합류했는데, 초반부터 높은 공격 점유율을 자랑했다. 평균적으로 50% 안팎을 유지했으며, 승부처인 세트에서는 60%를 상회하기도 했다. 농구를 그만두고 배구를 시작한지 4년 남짓으로 ‘구력’이 부족한 다우디에게 V리그 환경은 분명 낯설었다. 높은 점유율은 적응을 돕기 위한 최 감독의 복안이었다. 실제로 다우디는 경기당 평균 23.4득점을 올렸고 공격종합 리그 3위(54.53%)에 오르는 등 빠르게 적응했다. 다우디 합류 이전 4승6패에 그쳤던 현대캐피탈이 이후 11승3패로 상승세를 탄 것도 ‘다우디 효과’였다.

반대급부로 최 감독이 부임 직후부터 강조했던 ‘스피드 배구’의 색은 그만큼 옅어졌다. 스피드 배구는 3인 리시브·4인 공격으로 이른바 ‘전원 공격·전원 수비’를 뜻하는 단어다. 외국인 선수에게 ‘몰방’하는 흐름이 득세하던 V리그는 최 감독이 부임 첫해인 2015~2016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달라졌다. 한국배구연맹에 따르면 지난 시즌까지 최 감독 휘하 4년간 현대캐피탈의 외인 공격 점유율은 29%대에 그쳤다. 문성민, 박주형, 전광인이라는 걸출한 날개 공격수에 최민호, 신영석 등 미들블로커진이 있기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다우디의 파괴력 자체가 워낙 강했던 데다 ‘적응 돕기’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외인의 점유율을 높였지만 현대캐피탈만의 색채가 약해졌다는 단점도 있었다. 최 감독이 “현대캐피탈만의 배구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한 이유다.

29일 대전 삼성화재전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도중 최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타임을 부른 뒤 선수들에게 “다우디에게 주지 말라”고 주문한 것이다. 다우디는 이날 범실만 12개를 기록하는 등 효율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다우디만 쳐다보고 있자 최 감독으로서도 강수가 필요했다. 일곱 차례 듀스의 치열함 속에서도 기조는 그대로였고, 현대캐피탈은 힘겹게 승리를 따냈다.

최 감독은 “설령 5세트까지 갔어도 다우디에게 공을 안 줬을 것”이라며 “(경기에서 패해)몰매를 맞더라도 변화가 필요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마지막 고비에서 다우디 없이 이겼다. 선수들이 한 번쯤 ‘우리만의 배구’를 생각하게 됐을 것이다. 분위기 전환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민호는 “다우디 없이 치른 4세트 중후반에는 완벽하진 않아도 유기적인 모습이 나왔다”며 “앞으로 토종 선수들의 역할을 잘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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