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韓 최초”…역사 쓴 ‘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등 4관왕

입력 2020-02-10 13:4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기생충’이 역사를 쓰고 말았다. ‘기생충’(감독 봉준호·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은 한국 영화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것. 이 외에도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 돌비극장 앞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은 4관왕이라는 믿기기 힘든 수상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기생충’은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결혼이야기’ 등과 함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이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기생충’은 트로피를 받아내고 말았다.

‘기생충’ 작품상 수상은 한국 영화 최초의 수상이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제작자와 배우들 모두 기립박수를 쏟아냈고 배우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박명훈, 최우식 등이 무대에 올랐다.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는 “할 말을 잃었따. 상상도 해 본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 너무 기쁘다.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이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기분이다. 이러한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 회원 분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기생충’은 각본상을 먼저 수상했다. ‘기생충’은 ‘나이브스 아웃’,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경합해 각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낳았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상이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 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대사를 멋지게 표현해주는 ‘기생충’ 배우들에게도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진원 작가는 “미국의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라며 “제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와 스토리텔러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번 수상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도 첫 수상이다.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에 오른 아시아계 작가는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1986) 각본을 쓴 파키스탄 출신 하니프 쿠레이시이다. 또한 ‘식스센스’(1999)의 각본을 쓴 M. 나이트 샤말란이 올랐다. 이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2006) 각본에 참여한 일본계 2세 아이리스 아이리스 야마시타,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015)으로 피트 닥터 감독과 함께 지명된 필리핀계 로니 델 카르멘, 2017년 ‘빅식’에서 주연과 각본을 맡은 파키스탄 출신 쿠마일 난지아니가 후보에 지명됐으나 트로피를 받지는 못했다.

‘기생충’의 두 번째 오스카는 국제영화상이었다. ‘기생충’은 ‘문신을 한 신부님’(폴란드), ‘허니랜드’(마케도니아 구 유고슬라비아공화국), ‘레미제라블’(프랑스),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과 경합하며 국제영화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의 외국어 영화상이 국제 장편 영화상으로 바뀐 뒤 처음 받는 상이라 의미가 더 있다. 오스카가 지지하는 방향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자리에 영화를 만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다 모여있다”라고 관중석을 바라봤다.

봉준호 감독은 “홍경표, 이하진, 양진모를 비롯한 모든 예술가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저희 비전을 실행할 수 있게 한 바른손과 CJ, 네온 등 모든 관계자 분들 감사하다. 오늘 밤은 술을 거하게 마셔야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기생충’은 국제영화상을 받자마자 감독상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아이리시맨’ 마틴 스콜세지, ‘조커’ 토드 필립스, ‘1917’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와 함께 경합했다.

봉준호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과 ‘라이프 오브 파이’를 연출한 대만 출신 이안 감독 이후 아시아서 두 번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한국감독으로서는 최초다.

봉준호 감독은 “좀 전에 국제영화상을 수상하고 오늘 할 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해 마음을 놓고 있었다”라며 “감사하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어 “어렸을 적 영화 공부를 할 때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한 말이었다”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학교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로 공부했다. 같이 후보에 오른 것도 영광인데 상을 받을 줄은 전혀 몰랐다”며 “쿠엔틴 타란티노 형님도 정말 사랑한다, 아이 러브 유”라고 전했다.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와 ‘주디’의 르네 젤위거에게 돌아갔다. 호아킨 피닉스는 ‘페인 앤 글로리’ 안토니오 반데라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결혼이야기’ 아담 드라이버, ‘두 교황’의 조나단 프라이스와 경합을 벌였다.

호아킨 피닉스는 “정말 감사하다. 다른 후보들보다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가 표현한 방식이 내 삶에 많은 의미를 부여해줬다. 영화가 없다면 내 인생은 어찌됐을지도 모른다. 또 목소리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을 대변해줄 수 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고통의 문제가 있으며 우리는 여러 가지 대의를 응원한다”라고 말했다.

호아킨 피닉스는 “서로 서로를 지원하고, 과거의 실수를 통해 서로를 무시하기 보다는 교육을 하고 다시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게 바로 인류애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르네 젤위거는 ‘해리엇’의 신시아 에리보, ‘결혼이야기’의 스칼렛 요한슨, ‘작은 아씨들’의 시얼샤 로넌, ‘밤쉘’의 샤를리즈 테론과 함께 경합을 벌였다.

영화 ‘주디’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르네 젤위거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특별하고 의미있는 경험을 했던 영화 덕분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과 함께 해 영광이었다. 이 아름다운 영화에 함께 할 수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와 ‘결혼이야기’의 로라 던이 수상했다.

톰 행크스, 알 파치노, 조 페시, 안소니 홉킨스와 함께 후보에 올라 수상한 브래드 피트는 “감사하다.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카데미 측에게 이 영광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덕분에 영화를 제대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독창적이고 영화산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함께 호흡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대해 “덕분에 함께 하게 됐다. 나는 뒤를 잘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돌아보게 됐다. 여기서 나간 뒤 또 돌아보게 될 것 같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덕분이다. 내 아이들에게도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로라 던은 케시 베이츠, 스칼렛 요한슨, 플로렌스 퓨, 마고 로비 등과 경합해 이 상을 수상했다.

로라 던은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동료들, 후보자들, 넷플릭스에 감사드린다. 노아 바움백 감독에게 감사드린다. 노아 바움백 감독은 사랑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고 가족을 보여줬다. 우리가 그런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어 “어떤 사람들은 살면서 ‘영웅’을 만나지 못한다고 하는데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정말 축복 받았으면 당신의 영웅들은 바로 부모님이다’라고 말이다”라며 “이제까지 받은 생일 선물 중 최고의 선물이다”라고 인상적인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자>

▲작품상=‘기생충’
▲감독상=‘기생충’ 봉준호
▲남우주연상=‘조커’ 호아킨 피닉스
▲여우주연상=‘주디’ 르네 젤위거
▲남우조연상=‘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브래드 피트
▲여우조연상=‘결혼 이야기’ 로라 던
▲주제가상=로켓맨
▲음악상=조커
▲국제영화상=기생충
▲편집상=포드 V 페라리
▲촬영상=1917
▲각본상=‘기생충’ 봉준호-한진원
▲각색상=조조래빗
▲효과상=1917
▲분장상=밤쉘
▲단편영화상=더 네이버스 윈도우
▲다큐멘터리영상=아메리칸 팩토리
▲단편 다큐멘터리영화상=러닝 스케이트 보드 인 어 워존
▲음향믹싱상=1917
▲음향편집상=포드 V 페라리
▲의상상=작은아씨들
▲미술상=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단편애니메이션상=헤어 러브
▲장편애니메이션상=토이스토리4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