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신드롬’이 낳은 불법 출판물 어쩌나

입력 2020-02-2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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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제작사, 저작권 위반 대응 방안 고민
美선 트럼프 대통령 공개 비난 논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신드롬급 폭발적 열기 만큼이나 잡음 섞인 후폭풍을 겪고 있다. 해외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정치적인 논쟁을 촉발했고, 국내에서는 영화 제작진의 저작권 등 동의를 받지 않은 불법 창작물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그에 따른 피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선 유세에 한창인 트럼프 대통령은 21 일(한국시간)과 22일 유세에서 연이어 ‘기생충’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과 관련해 ‘기생충’을 바라보면서 “그들은(한국)은 무역에서 우리를 때리고, 빌어먹을(freaking)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탔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맹공은 ‘기생충’이 한국어로 된 외국어영화인 데다 최근 ‘반 트럼프’ 지향을 공고히 하는 미국 아카데미상을 겨냥한 비판이란 해석을 얻고 있다. CNN 등 외신들도 이를 비중 있게 보도하는 가운데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인 네온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발언은)이해할 만하다”며 “그는 읽을 수가 없다”고 비꼬았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인 “1인치의 장벽”으로 대표되는, 외국문화의 수용 외침을 빗대 트럼프를 저격한 글이다. 가수 겸 배우 베트 미들러도 ”백악관에 기생충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썼다.

영화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북미에서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21일 기준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북미에서 4541만 달러(약 550억원)의 매출을 기록, 역대 외국어영화 흥행 4위에 올랐다. 이에 힘입어 네온은 봉 감독과 송강호가 처음 만난 ‘살인의 추억’의 북미 재개봉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기생충’이나 봉준호 감독과 관련한 불법 출판물이 늘어나 영화 제작진이 골치를 썩고 있다. 봉 감독과 ‘기생충’ 성과를 엮은 ‘위인전’ 스타일의 어린이 도서가 영화 제작진 동의 없이 이미 예약판매까지 시작했다. 이미 정치권의 ‘기생충’ 관련 공약 및 마케팅에 자주 언급돼 난처함을 호소했던 제작진은 최근 관련 출판물이 저작권 동의 없이 범람하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는 ‘기생충’ 관련 공식 출판물은 각본·스토리보드북이 유일하다면서 불법 출판물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할 뜻을 내비쳤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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