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여러분 보셨습니까. 정재원은 ‘페이스메이커’가 아니었습니다!

입력 2020-03-09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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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원이 9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티알프경기장에서 열린 ISU 2019~2020시즌 월드컵 파이널 매스스타트에서 1위로 골인한 뒤 환호하고 있다. 개인 첫 월드컵 매스스타트 금메달이다. 사진제공 |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정재원(19·서울시청)은 ‘페이스메이커’가 아니었다.

2년 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경기가 끝난 뒤 정재원은 불필요한 논란으로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17세의 나이에 어엿한 국가대표가 돼 팀플레이에 최선을 다했지만, 당시 금메달을 따냈던 이승훈(32·대한항공)의 도우미 역할이 전부였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패기와 승부욕이 강한 정재원은 이같은 시선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조용히 반란을 준비했다. 2019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이 종목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세계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음을 증명했고, 9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티알프경기장에서 열린 2019~2020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파이널 매스스타트에서 7분47초06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마침내 챔피언이 됐다. 시니어 무대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자 올 시즌 마지막 월드컵의, 마지막 금메달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며 감동을 더했다.

●월드클래스를 모두 제쳤다

세계 강자들이 즐비한 가운데 따낸 금메달이라 그 가치가 엄청나다.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낸 바트 스윙스(벨기에)와 조이 맨티아(미국)은 물론 리비오 벵거(스위스), 요리트 베르흐스마(네덜란드), 피터 마이클(뉴질랜드), 루슬란 자카로프(러시아) 등이 모두 출격했다. 애초에는 5위로 들어온 동료 엄천호(스포츠토토)의 금메달 가능성을 더 높게 점쳤다.

그러나 정재원은 실력으로 우승컵을 안았다. 탁월한 경기운영 능력과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 코너링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결승선까지 한 바퀴를 남겨둔 상황에서도 메달을 장담할 수 없었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막판 스퍼트로 일을 냈다. 그간 구슬땀을 흘리며 갈고 닦은 기량을 십분 발휘했다. 1위를 달리다 막판에 역전을 허용한 맨티아도 ISU와 인터뷰에서 “지난 3주간 건강 관리가 부족했다”고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영리한 대처는 업그레이드의 증거

정재원은 레이스 내내 올 시즌 월드컵 매스스타트 종합 1위를 차지한 맨티아의 뒤를 쫓았다. 그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했다. 비탈리 마하일로프(벨라루스)가 5바퀴를 남기고 1위로 치고 나가며 교란작전을 펴는 와중에도 의연하게 대처했다.

레이스를 지켜본 제갈성렬 SBS스포츠 해설위원(의정부시청 감독)은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정재원이 맨티아의 뒤에 붙어 레이스를 펼쳤다. 맨티아는 올 시즌 계속에서 포디움에 섰고, 그만큼 종목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고 판단해 그 전략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300m를 남겨둔 상황까지 체력 안배를 잘한 덕분에 마지막에 제대로 승부를 걸 수 있었다. 굉장히 영리한 레이스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이번 우승으로 정재원은 랭킹포인트 180점을 획득, 총점 462점으로 올 시즌 종합 3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제갈 위원은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라는 것도 완벽하게 보여줬다. 이번 레이스를 통해 매스스타트에선 상위 레벨로 올라간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정재원은 어엿한 ‘매스스타트 월드클래스’로 올라섰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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