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 유한준, 역대 가장 꾸준한 30대 후반 타자에 도전장

입력 2020-03-10 1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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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준. 사진제공 | KT 위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유한준(39·KT 위즈)은 KBO리그에서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다. 이미 KBO리그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유한준은 올해도 ‘늘 해왔던 대로’ 시즌을 준비했다.

꾸준함은 기록이 증명한다. 조정득점생산(wRC+)은 리그 평균을 100으로 상정하고, 타자의 평균대비 생산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가령 wRC+ 110인 선수는 평균보다 10% 더 좋은 생산력을 보인 셈이다. 유한준의 wRC+는 만37세 시즌인 2018년 134.5를 찍었고, 38세였던 지난해 133.6이었다.

보기 드문 사례다. 연령별 성적 추이 통계인 ‘에이징 커브’상으로 타자들은 만37세 이후 기량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37세 이상에 리그 평균대비 30% 이상 좋은 생산성을 보인 건 양준혁과 유한준뿐이다. 양준혁은 37세였던 2006년(wRC+ 172.7)과 2007년(187.9)에 펄펄 날았다. 30대 후반에 3년 연속 wRC+ 130을 넘긴 사례는 아직 없다. 이미 ‘양신’과 어깨를 나란히 한 유한준의 올해가 예년과 같다면 KBO리그 새 역사다.

물론 베테랑의 1년은 변화의 폭이 크다. 스스로도 이를 알기 때문에 비시즌 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루틴주의자’ 유한준의 일상에 게으름이 끼어들 틈은 이번에도 없었다.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일찌감치 마무리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던 것도 플러스 요소다. 유한준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났을 때도 “2년 계약기간 다음은 생각하지 않겠다. 남은 배터리를 올 2년에 모두 쓸 것”이라고 각오한 바 있다.

최고참이자 주장의 철저한 자기관리는 젊은 야수가 많은 KT의 자산이다. 이강철 감독이 연습경기 단 두 차례 출장해 3타수 1안타를 기록한 유한준을 캠프 MVP로 꼽은 이유다. 유한준은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었다고 달라지는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늘 해왔던 대로 계획된 준비 속에 시즌을 맞이하려 한다”며 덤덤한 반응이다. 바로 이 ‘늘 해왔던 대로’가 유한준을 무섭게 만드는 비결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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