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연기설에 뒤숭숭 국가대표, 훈련보다 괴로운 기다림

입력 2020-03-18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20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로 인해 연기 또는 취소될 위기에 놓이자 올림픽 출전을 꿈꾸는 체육인들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기약 없는 기다림’은 4년에 한 번만 찾아오는 기회를 기다리는 그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사진은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룬 한국축구국가대표팀. 스포츠동아DB

“제대로 열릴까요?” “취소되면 어쩌죠?”

2020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불안한 시선이다.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개최 예정인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가 때 아닌 전염병으로 추이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지난 연말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병했을 때도 사태가 이 지경까지 흐르리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전 세계로 확산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전염병 등의 세계적인 대유행)’을 선언한 터라 안전지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대부분 국제대회는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이벤트는 하계올림픽이다. 4개월여 시간이 남아있으나 정상 개최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만이 아닌, 전 세계의 고민인데다 상황이 좋아지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본 정부의 의지대로 대회를 강행하더라도 기존 대회처럼 많은 관람객들을 기대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해외 이동 자체가 건강을 담보로 건 고민거리인 탓이다. ‘인간 기업’과 다름없는 스타급 선수들의 대거 불참도 유력한 시나리오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가장 마음이 불편한 이들은 아주 오랜 기간 구슬땀을 흘리며 올림픽 무대를 꿈꾸던 선수들이다.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또 각자의 소속 팀에서 부지런히 몸을 만들고 있는 태극전사·낭자들은 틈날 때마다 각자 휴대폰과 휴대용PC를 통해 ‘올림픽’이란 단어를 검색한다. 새로운 소식이나 정보가 나왔는지 살피기 위함이다.

심경은 복잡하다. 많은 이들의 행복을 위해 도쿄올림픽의 연기나 취소가 옳다고 느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 예정대로 열리기를 원하는 일부도 존재한다. 이를 악물고 혹독한 스스로와 싸움을 벌인 시간이 아까워, 또 그동안의 고통과 눈물을 헛되이 잃고 싶지 않아서다. 이기적인 사고가 아닌,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한 아마추어 종목 선수는 17일 “정말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각 종목 국제경기연맹(IF) 회장들과 긴급 미팅을 갖는다는 뉴스를 봤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며 “올림픽이 취소되면 4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부터 지금껏 쏟아낸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베테랑 선수도 “전면 취소가 아닌, 연기 결정이 나와도 미뤄진 대회까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상상만으로도 너무 힘들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도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림픽 출전과 시상대를 향한 제자들의 열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것이 스승이다. 한 종목 감독은 “전혀 기약이 없다는 게 가장 어렵다. 이대로라면 선수들의 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은 모든 종목이 그렇지만 가장 바빴어야 할 때 마냥 (외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처지가 정말 서글프다”고 했다.

훈련보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기다림을 우리의 국가대표들은 요즘 제대로 경험하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