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도쿄올림픽 개최 강행의지…한국축구의 복잡한 시선

입력 2020-03-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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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 한국 축구대표팀. 사진제공|KFA

지난 연말 중국 우한에서 발병해 지구촌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 세계 스포츠에 제동을 걸었다. 그런데 7월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은 의외의 선택을 했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 주재로 각 국제경기연맹(IF) 긴급회의를 진행한 IOC는 “아직 4개월여 남은 시점에 과감한 결정이 필요 없다. 선수들은 계속 올림픽을 준비할 것을 권장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정상 개최가 어렵다”는 쪽에 가깝다. 취소가 아니라면 최선의 방침이 연기다. 일본 내 여론도 부정적인데다 코로나19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가들도 도쿄올림픽에 관심을 줄 겨를이 없다.

싸늘한 시선 속에서 불안한 것은 선수들이다. 특히 연령 제한에 묶인 남자축구의 걱정이 크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IOC와 23세 이하(U-23) 선수들만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올림픽 연령 제한은 남자축구만 해당하는 것으로 대회 엔트리 18명에서 24세 이상(와일드카드)은 3명만 포함할 수 있다. 도쿄올림픽은 1997년생이 출전 마지노선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올림픽 지역 예선을 겸해 1월 태국에서 끝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이뤘다. 태국 여정에 나섰던 어린 태극전사 23명 중 11명이 내년부터는 와일드카드로 분류된다.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 예선통과에 힘을 보탠 이들이 정작 본선은 빠져야 할 입장에 선다. 올림픽 출전을 바라보는 선수들을 보유한 K리그 구단들은 ‘올림픽 연기’를 금기어처럼 여길 정도다.

대한축구협회는 물론 이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가 있다.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상황과 병역 문제가 걸린 국내 입장을 고려해 FIFA와 IOC에 연령대도 도쿄대회에 한해 1년 조정해줄 것을 요청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두 기구가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협회의 고민은 또 있다. 한국축구는 올림픽·아시안게임(AG)에 맞춰 2년 주기로 U-23 대표팀을 꾸려왔다. ‘U-23 김학범호’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AG 때부터 유지됐으나 실은 전혀 다른 팀이다. AG 우승 이후 김학범 사단은 올림픽 맞춤형 계약을 다시 했다. 내년이면 2022년 항저우 대회가 AG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다. 김 감독의 겸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콜린 벨 감독(잉글랜드)과 함께 사상 최초의 올림픽 본선을 꿈꾸는 여자대표팀도 ‘아시아 강호’ 북한이 예선에 불참한 도쿄 대회에 사활을 걸었다. 마지막 올림픽 관문인 중국과의 플레이오프(PO)가 무기한 연기된 건 아쉽지만 지금이 최고의 찬스인 건 사실이다.

이처럼 한국축구만 위해서라면 도쿄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열리는 것이 좋다. 그러나 건강이 담보된 국제 대회는 환영받을 수 없다. 올림픽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에 마냥 동조할 수도 또 무작정 반대할 수도 없는 축구계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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