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코로나 폭탄’ 한국축구, 풀뿌리가 위태롭다

입력 2020-04-10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태로 치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구촌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 또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큰 고통을 받는다.

예기치 못한 전염병으로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고 엄청난 경제위기가 찾아오면서 곳곳에서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넘친다. 스포츠도 일찌감치 멈춰버렸다. 축구 산업역시 붕괴 조짐을 보인다. 풍족해 보였던 유럽축구는 오래 전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직원과 임금 감축, 급여 삭감 등의 뒤숭숭한 소식이 새삼스럽지 않다.

한국축구도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봄이 찾아온 초록 그라운드에 ‘축구’가 없는 기막힌 상황이 오자 구조 전체가 붕괴 위기다. 그나마 지자체·기업들의 지원을 받는 K리그 구단과 큰 규모의 자금을 돌릴 수 있는 대한축구협회는 아직 버틸 만 하다.

가장 큰 문제는 풀뿌리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한창인 초·중·고교 축구는 초비상이 걸렸다. 운동장 사용과 선수단 합숙이 금지돼 정상적인 운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공부하는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학업도, ‘좋은 선수’를 만들기 위한 훈련도 기대하지 못한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전국 학교들의 온라인 개학은 축구와는 거리가 멀다. 온라인 개강이 시작한 대학도 다르지 않다. 일부 대학은 선수단에 휴가를 부여했고 과제로 내준 개인훈련 영상을 선수들이 커뮤니티에 띄우면 이를 지도자들이 확인하고 원격으로 조언해주는 데 머물고 있다.

급여 구조는 더욱 심각해졌다. K리그 산하 팀들을 제외한 다수의 학원축구 구성원들의 처우는 좋지 않다. 그나마도 학교가 직접 지도자 인건비를 책임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학부모 회비로 돌아간다. 물론 클럽축구도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아마추어 축구가 멈췄는데 급여를 지불해야 하냐는 시선이 있고, 실제 임금 삭감을 제안 받은 지도자들이 있다. 생활고에 임시 배달원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고민하는 사례도 포착됐다. 유럽과 남미는 ‘투 잡’을 뛰는 유소년 지도자들이 적지 않지만 우리는 대다수가 축구에 매진한다. 또한 아마추어 대회 수당이 주 수입인 심판들도 큰 어려움을 호소한다.

최근 학원축구 실태조사에 나선 협회가 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 여자대표팀 콜린 벨 감독(잉글랜드), 정몽규 회장 등 임·직원들이 자진 반납한 급여로 조성한 3억5000만원의 ‘축구상생지원금’을 수입이 끊긴 지도자·심판 5000여명에게 분배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상급학교 진학, 프로 진출을 통한 인재 수급 및 스카우트 시스템도 위태롭다. 대개 5~6월이면 입학과 입단 등이 사실상 마무리됐는데 상반기가 통째로 날아간 올해는 마땅한 평가 기준이 없다보니 지도자와 선수, 학부형들의 걱정이 대단하다. 선수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협회나 한국프로축구연맹 차원의 스카우트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유력 축구인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가 모두를 힘겹게 만든다. 항상 우리 곁에 있던 스포츠와 축구의 소중함을 알게 된 계기도 됐다. 어려움을 잘 극복해 위기가 기회라는 걸 보여주길 희망 한다”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