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김범수. 스포츠동아DB
미처 숨을 고를 여유조차 없었다. 참혹했던 18연패 과정에서 김범수(25·한화 이글스)는 묵묵히 팀 마운드의 마당쇠 노릇을 했다.
간신히 악몽에서 깨어났다. 팀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3주 가량의 시간은 김범수에게 유독 길게만 느껴졌다. 지독한 연패에 빠져 허덕이던 5월 23일~6월 12일 사이 그 누구보다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 까닭이다. 이 기간 동안 10개 구단 구원투수들 중 가장 많은 12경기, 12.1이닝을 책임졌다. 끝없는 타선의 침체로 마운드에 부담이 점차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화 벤치는 불펜 자원 중 가장 신뢰도가 높은 김범수를 빈번히 호출했다.
궂은일을 도맡았다. 최악의 경기력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김범수의 역할도 시시각각으로 바뀌어야 했다. 1이닝 안팎씩 던지며 팀의 허리를 지탱했던 그는 최근 롱릴리프 역할까지 해냈다. 11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1이닝(2실점) 만에 무너진 선발 장민재에 이어 2.1이닝(2실점)을 책임졌고, 14일 대전 두산 베어스와 서스펜디드 게임 때는 3.1이닝(1실점) 투구로 연패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롯데를 상대로 65구를 던진 뒤 이틀만 쉬고 등판한 두산전에서도 57구를 소화한 김범수의 노고는 아무리 칭찬해도 과하지 않다. “무리라는 것을 알고 투입했다”던 최원호 감독대행의 선택에는 김범수를 향한 두터운 믿음이 깔려있었다.
연패를 끊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한화에서 김범수는 앞으로도 핵심요원이다. 특히 최 대행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김이환, 김민우 등 기존 선발투수들이 모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터라 마운드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행여 선발투수가 조기에 강판된다면 그 공백을 메워야 할 첫 주자가 바로 김범수다.
올 시즌 개인기록은 16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4.34로 썩 만족스럽진 않다. 하지만 김범수는 마운드에서 자신만의 값진 존재감을 켜켜이 쌓아가는 중이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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