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향한 오리온 강을준 감독의 당부 “우리, 눈치 보지 말자”

입력 2020-06-2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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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강을준 감독은 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강조하고 있다. 감독의 눈치를 봐서는 코트 위에서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 강 감독의 생각이다. 사진제공|KBL

강을준 감독(56)은 4월 고양 오리온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바쁜 나날을 보냈다. 가장 공을 들인 일 중 하나는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이었다. 오리온은 지난 FA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힌 가드 이대성(30·190㎝) 영입에 성공했다.

이대성이 오리온 유니폼을 입으면서 농구팬들은 벌써부터 강 감독과 조화에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강 감독은 과거 창원 LG 사령탑 시절 작전타임 도중 “우리 팀에 영웅은 필요없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다. 반면 이대성은 누구보다 영웅이 되고 싶은 선수다. 이 때문에 이대성은 오리온 입단 직후 이곳저곳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아야 했다.

강 감독은 여기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LG 시절 짧은 작전타임 동안 선수들에게 임팩트 있는 말을 하려다보니 그런 장면이 나왔다. 웃음거리가 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유쾌하지만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선수들이나 주변사람들이 너무 재미있다고 해서 얼마 전에는 선수들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 아예 당시 장면을 틀어놓고 왜 저런 말을 했는지 해설을 해줬다. 선수들이 엄청 재밌어 하더라”며 웃었다.

다만 이대성과 관련된 ‘영웅론’에 대해선 조심스러워했다. 이유가 있었다. 강 감독은 “(이)대성이가 주목을 받는 선수이고, 이번에 FA이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우리 팀에는 대성이 외에도 11명의 선수가 더 있다. 내게는 이 선수들도 소중하다. 그래서 대성이보다는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관심이 갔으면 하는 마음에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웅 이야기’는 다음 시즌 내내 질문을 받을 것 같긴 하다”며 다시 한번 너털웃음을 지었다.

또 “FA 협상기간에 만난 대성이는 본인 스스로가 너무 많은 부담, 편견과 싸우고 있었다. 더 내려놓고 일단 마음이 편해졌으면 한다. 그래서 만나자마자 ‘네 어깨가 얼마나 무겁니? 그 갑옷 내려놓고 유니폼을 입고 뛰자’고 농구 선배로서 얘기했다. 지금은 많이 가벼워진 것 같더라”며 이대성을 챙겼다.

강 감독은 2011년 LG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9년 만에 프로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그 사이 농구는 많이 변했다.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따르지만, 그는 세부적 전술·전략보다는 큰 틀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그 틀은 바로 선수들의 자신감이다. 감독의 눈치를 보지 않는 농구, 그것이 시작점이다.

“현직을 떠나있었지만 늘 KBL을 챙겨봤다. 아쉬운 것은 선수들이 감독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내게 기회가 다시 온다면 선수들이 (감독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발적이고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시키면 하고 안 시키면 안하는 시대는 갔다. 코트의 주인공은 감독이 아니라 선수다. 그런데 감독 눈치를 보고 주눅이 들어서야 상대를 어떻게 이기고 경기를 지배하겠나. 스스로 노력해서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팬들에게도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지 않겠나. 오리온은 그런 농구를 할 것이다.”

올 가을 강 감독과 오리온 선수단이 보여줄 새로운 하모니와 바뀐 농구에 벌써부터 흥미가 간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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