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베이스볼’의 시작은 모든 범죄사실의 공개부터!

입력 2020-06-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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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지난 주말 프로야구 팬들을 가장 분노케 한 주인공은 롯데 자이언츠 포수 지성준일 것이다. 입에 담기도 민망하게 26세의 성인 프로야구선수가 여고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미성년 학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피해를 주장하자, 26일 롯데 구단은 2군 원정에 참가 중이던 지성준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무기한 출전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무기한 출전정지는 구단의 자체징계일 뿐이다. 앞으로 KBO와 사법기관의 판단이 남아있다. 지금은 프로야구선수로서 품위를 유지하고 못하고 명예를 실추한 것으로 징계를 받았지만, 법적 처벌까지 받게 될 경우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모든 범죄가 다 나쁘지만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라 대중 또한 더욱 분노하고 있다.

과거 살인을 비롯해 집단성폭행, 병역비리, 음주운전 등 프로야구 종사자들이 저지른 범죄는 백화점처럼 다양하다. 그 때마다 그들을 응원하고 좋아했던 사람들은 혀를 찼고, 애정은 분노로 바뀌었다. 또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온적 처벌에 그친 프로야구계는 여론의 질타를 자초하고 공분을 사곤 했다.

약한 수준의 징계에 그치다보니 프로야구계는 과거로부터 뼈아픈 교훈도 얻지 못했다. 당연히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계속 줄을 이었다. 이런 상황에선 KBO가 외쳐온 ‘클린 베이스볼’ 또한 공허한 메아리처럼 묻혀버리곤 했다.

최근에도 음주운전 전과 3범이 한국에서 다시 야구를 하겠다고 해도 단호하게 내치지 못한 채 미루기만 했다. KBO와 총재에게 큰 기대를 걸진 않지만, 이제라도 뭔가 해야 할 때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부터 강력한 회초리를 든다고 없던 권위가 생기고, 선수들의 도덕성이 갑자기 높아지진 않는다. 그럴 조직도 아니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프로야구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면 대중의 힘을 믿는 ‘발상의 전환’을 권한다.

분명 방법은 있다. 그동안 숨겨왔던, 또는 기억 속에 잠긴 모든 범죄 자료를 찾아내 기록으로 남겨 대중이 알리는 것이다. 관련된 사람들의 명예가 걸려있으니 실명은 쓰지 않더라도 최소한 어떤 범죄가 언제 발생했고, 누적 수치는 얼마인지 공개해 모든 이들이 알게 해주길 바란다. KBO가 총재의 동정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열심히 내고 좋은 뉴스를 홍보하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시즌 기록을 남기 듯 해마다 범죄사실 역시 야구연감 등에 정확하게 게재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 자료를 근거로 KBO리그 종사자들의 범죄비율이 일반인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해마다 추세는 어떤지 공개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범죄비율이 낮아진다면 프로야구계를 칭찬할 수도 있고, 반대로 높아진다면 앞으로 더 올바른 행동을 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그 자료 속에 구단별로 발생한 범죄 숫자와 내용까지 담는다면 팬들이 구단 또는 모기업에 더 도덕성을 높이라고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올바른 사람들이 하는 야구를 보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지, ‘클린 베이스볼’을 강조해온 총재에게 물어보고 싶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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