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임찬규.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 임찬규(28)가 2020시즌을 준비하며 수없이 되뇐 말이다. 프로 10년 차에도 당차게 도전 과제를 마주한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LG 마운드를 지탱하는 하나의 기둥이다. 토종 1선발 차우찬, 실질적 에이스 정찬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개별 4승씩을 챙겼다. 타일러 윌슨와 케이시 켈리가 4~5점대 평균자책점에 각 3승을 올리는 등 외인 원투펀치의 무게감이 부쩍 떨어진 LG로선 임찬규의 ‘반등’이 유독 반갑다. 2019년 발가락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선발 보직을 잠시 빼앗기기도 했던 임찬규는 이제 대체 불가한 존재가 됐다.
숫자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워졌다. 루키 시절 150km를 거뜬히 던지던 그는 팔꿈치 수술로 구속을 잃으면서 연신 작은 수치 변화에 매달렸다. 하지만 올 시즌을 치르며 야구에 새로이 눈을 떴다.
최고 구속 142km의 직구로도 타자들과 얼마든지 정면승부가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배우고 있다. 제구에 중점을 두고 직구에 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를 자유자재로 섞는 노련미를 얻은 덕분이다.
“죽도록 세게 던지는 공이 없다”고 밝힌 임찬규는 “최대한 정확히 던지려고 노력한다. 항상 구속에서 1~2km 욕심을 부리다가 안타를 맞았다. 이제 구속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 많이 편해졌다”고 털어놨다.
입단 동기로 벌써 10년째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동고동락하는 포수 유강남은 임찬규의 가장 큰 버팀목이다.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둘은 그라운드 위에서도 최고의 시너지를 내는 중이다.

LG 임찬규. 스포츠동아DB
임찬규의 승부사 기질을 익히 알고 있는 유강남이 적절한 볼 분배로 임찬규의 ‘흥’을 살려주는 식이다. 임찬규는 “나는 경기 후반부에 변화구보다 직구로 승부하고 싶어 한다. 이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강남이가 적재적소에 직구 사인을 내준다”며 활짝 웃는다.
임찬규는 조금 다른 유형의 숫자를 마음속에 새긴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지려는 것이 개인의 목표다. 올 시즌 8경기에서도 7차례 6이닝 이상 투구를 펼치는 등 과정이 순조롭다. “10승, 15승을 좋아하지 않는 투수는 없지만 나는 오직 이닝만 보고 간다”고 목소리를 높인 임찬규는 “올 시즌 꼭 150이닝 이상을 던지고 싶다. 그 목표를 이룬다면 내년, 내후년에는 그 이상으로도 던져보고 싶다”고 했다.
지난겨울 임찬규는 ‘너는 더 이상 안 된다’는 팬들의 비관적인 시선을 감내했다. “묵묵히 결과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하던 그는 이내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말도 싫다”고 했다. 그저 “묵묵히 내가 할 것을 하겠다”고 말을 아껴온 임찬규는 행동과 결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그리고 임찬규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다시 야구를 하고 싶다. 관중들이 들어오면 더 잘 던질 수 있게 준비해놓겠다”는 씩씩한 약속을 다시금 내걸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