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 심화되는 프로골프, 상금요율에 주목하는 이유

입력 2020-07-1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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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7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번의 컷 탈락 없이 총 12억716만원의 상금을 받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랭킹 1위에 오른 최혜진. 최고 선수인 최혜진은 12억을 훌쩍 넘는 상금을 받았지만, 상금이 수입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대부분 선수들은 ‘적자’를 보며 투어 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동아DB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상금순위는 ‘시즌 전체 대회 수의 30% 이상 참가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지난 시즌 KLPGA 총 대회수는 30개. 9개 대회 이상에 참가해야 상금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는 말이다.

2019시즌 상금 1위는 12억716만원을 벌어들인 최혜진(롯데)이었다. 27개 대회에 나서 27번 모두 상금을 받았다. 지난해 5승을 거둔 그는 컷 탈락하면 한 푼도 챙기지 못하는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단 한번의 실패 없이 꾸준한 성적을 거뒀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9개 대회 이상 참가한 한국 여자프로골프 선수들의 평균 상금수령액은 얼마일까.

‘부익부 빈익빈’, 심화되는 격차
지난해 상금순위 산정 기준을 충족한 선수는 총 120명. 이들의 평균 상금수령액은 1억8363만 원이었다. 종목 특성이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국내 프로야구의 2019년 등록 선수 평균 연봉(1억5065만 원·외국인 선수 및 신인 선수 제외)보다 많다. 골프 선수는 개인별 메인 후원사가 있고, 서브 스폰서 등을 통한 수익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금수입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120명 중 상금 수령액이 평균(1억8363만 원)을 넘는 선수는 33명이고, 1억 원 이상의 상금을 챙긴 선수는 62명으로 50%를 조금 넘는다. 그러나 반대로 1억 원 미만의 상금을 받은 선수가 58명이었다. 상금이 3000만 원이 안 되는 선수는 19명에 이르고, 8명은 100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가장 적은 상금을 받은 선수는 13개 대회(1번 상금수령)에 출전해 고작 225만 원만을 챙겼을 뿐이다. 평균은 1억8363만 원이지만, 상금이 많은 선수와 적은 선수의 격차가 제법 크다는 말이다.

상금을 받으면 선수는 당연히 세금도 낸다. 우승자도, 컷을 가까스로 통과한 선수도 마찬가지다. 소득세 3%, 주민세 0.3%, 특별회비 6% 등 총 9.3%를 공제한 금액이 통장에 들어온다. 대회당 일정 참가비(총상금 5억 원 이상 대회의 경우 14만3000원)를 내야하고 대개 주급으로 지급하는 캐디 보수와 이동, 숙박 등의 부대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아 대개 1년 투어를 뛰기 위해서는 훈련비용을 포함해 적어도 1억 원, 평균 1억500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본다. 대부분 선수들이 금전적 손해를 보면서 정규투어를 뛰는 셈이다. 특히 하위권 선수들은 스폰서 등 다른 수입이 거의 없다. 개인 레슨 등을 통해 가외수입을 얻느냐, 아니냐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를 논외로 한다면 바닥권 선수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인 셈이다.

여자프로골프보다 상대적으로 환경이 열악한 남자프로골프는 더 심각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시즌 개막이 늦어지고 있을 때, 한 간판선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수들은 상금이 수입의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대회가 열리지 못해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선수가 많다.”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닌 셈이다.

상금요율에 주목하는 이유
KLPGA 투어의 상금 분배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해왔다. 현 규정(예선통과 인원 60명 기준)은 총상금 12억 원 미만일 경우 우승상금 20%, 12억 원 이상일 경우 우승상금을 25%로 정해 놓고 있다. 우승상금 20% 대회의 경우 상위 5명이 총상금의 48.5%, 나머지 55명이 51.5%를 나눠 갖는다. 60등은 총 상금의 0.5%를 가져간다. 10억 원 총 상금 대회의 경우 60위를 했다고 하면 상금이 500만 원이란 얘기다.

올 시즌 코로나19로 대회가 축소되며 선수 수입이 줄어들자 KLPGA는 분배에 초점을 맞춰 스폰서가 동의할 경우 우승상금 비율을 18%로 낮추기로 했다. 올해는 스폰서의 의사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되, 내년에는 일률적으로 18%로 내리기로 했다.

우승상금을 18%로 조정한 안을 보면, 상위 5명에게 돌아가는 몫이 46%로 줄어든다. 나머지 55명이 54%를 나눠 갖게 되고, 60위의 경우 0.55%를 가져가게 된다. ‘상후하박’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하위권이 가져가는 몫이 다소 늘어나게 된다. 상금 요율을 변경한 대회는 컷오프 인원도 확대할 수 있다. 참가인원이 120·132·140명인 대회는 공동 80위로, 참가인원이 102·108명인 대회는 공동 70위로 컷 기준을 정할 수 있다. 참고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4대 메이저 등 일반 대회의 우승 상금 역시 총상금의 18%다.

우승 상금 비율을 낮추고, 컷 기준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현재 K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 베테랑 선수는 “프로골프 선수라고 하면 다들 화려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속되게 말하면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많다”며 “우승에 근접한 선수들에게 몇 백만 원은 큰 돈이 아니겠지만 5000~6000만 원 상금을 버는 선수들에게는 굉장히 큰 돈”이라며 “좀 더 나눠 가져가는 것이 전체적인 시대 흐름에도 맞는 것 같다”고 했다. KLPGA 투어 출신의 한 전직 프로선수는 “어차피 상위권 선수들은 조금 덜 받아도 크게 상관이 없지만, 하위권 선수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특히 투어의 상향 평준화를 위해서는 하위권 선수들을 더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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