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반도’ 인간의 적은 더 이상 좀비가 아니다

입력 2020-07-1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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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연상호 감독의 ‘반도’ 리뷰

좀비가 늘어나는 반도, 사람들이 모두 한국을 빠져나가려고 한다. 그들 중 하나인 정석(강동원 분)은 누나와 매형 그리고 조카를 데리고 홍콩으로 향하는 배를 탄다. 배를 탄 안도의 순간도 잠시, 열차 칸에 감염자가 타게 되고 정석은 매형만을 구하게 되는 상황에 처한다. 4년 뒤 홍콩에서 난민이 된 정석과 매형 철민(김도윤 분)은 현지인들에게 보균자 취급을 당한다. 그런데 어느 날 반도로 돌아가 돈이 들어있는 트럭만 빼내서 돌아오면 부자로 살 수 있다는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듣고 다시 폐허가 된 반도로 돌아간다.

다시 반도로 돌아간 이들은 미션을 무사히 성공하나 싶나 했더니, 그만 좀비 떼를 만나고 우왕좌왕하던 정석은 준이(이레 분)에게서 목숨을 구하고 철민은 돈이 든 트럭과 함께 무법자로 군림하게 된 631부대로 끌려가게 된다. 준이의 거처로 오게 된 정석은 민정(이정현 분), 김 노인(권해효 분), 유진(이예원 분)을 만나며 반도에서 다시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일명 ‘연니버스(연상호와 유니버스를 합친 말)’ 아래 ‘부산행’의 외피를 입은 ‘반도’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평소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물)라는 아이템을 생각해온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이후 한국은 어떻게 되어있을지 생각했을지 상상하며 4년이 지난 한’반도’를 폐허로 만들고 좀비가 가득한 세상에 익숙해진 인간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반도’를 기획했다.

더 이상 인간들의 적은 좀비가 아닌 또 다른 인간이다. ‘부산행’ 때 좀비는 두려움과 공포에 대상이었다면 ‘반도’에서는 그 힘이 좀 덜하다. 오히려 좀비 떼는 아이들에겐 귀찮은 존재들이고 조심은 해야 하지만 언제든 차로 칠 수 있고 짓밟을 수 있는 존재다. 오히려 이들은 자신의 편이 아닌 사람을 잡는 일명 ‘들개 사냥꾼’이라 불리는 631부대가 대척점에 서 있다. 연상호 감독은 종말과도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민정 식구들과 631부대를 대비시켜 사람들의 야만성과 휴머니즘을 동시에 담았다.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진 인간들의 야만성,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어른들의 희망, 그리고 “여기도 살만한 곳이었다”는 아이들의 적응력 등 이야기를 뚫은 메시지가 ‘반도’에도 있다. 간단하고 보편적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잘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역시나 눈에 띄는 것은 한층 더 커진 스케일과 시각효과다. 좁디좁은 KTX 열차 칸을 벗어나 도심 한복판이 배경이 됐다. 무너진 건물,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좀비 떼, 그리고 준이의 화려한 운전 실력으로 장식된 카체이싱은 온 몸을 전율케 한다. 배우들의 활약상도 돋보인다. ‘인랑’(2018)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강동원은 화려한 액션 실력과 더불어 종이인형과 같은(?) 매력을 선보인다. 여러 매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정현 역시 모성애 연기와 액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단연코 이레다. 시뮬레이션으로 연습했지만 속도감 있는 운전 실력은 눈길을 사로잡고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연기는 스크린에서 존재감을 압도한다. 6월 15일 개봉.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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