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한동희. 스포츠동아DB
‘한동희어로’의 날이었다. 빅 이닝의 홍수로 승리확률이 4.6%까지 떨어졌던 경기를 한동희(21·롯데 자이언츠)가 뒤집으며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롯데는 16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 15-10으로 승리하며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아울러 시즌 29승30패로 5할 승률 수복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엘롯라시코’의 명성에 어울리는 경기였다. 롯데가 1회말 전준우의 3점포에 3회말 이대호의 적시타로 4-0까지 달아났을 때도 쉽사리 안심할 수 없었다. 역시나 LG가 반격의 끈을 당겼다. 4회초 이형종의 올 시즌 첫 홈런(솔로)으로 반격을 개시했고 5회초에는 연속 적시타를 묶어 5점, 6회초에는 4점을 달아났다. 6회초가 끝났을 때 스코어는 10-4 LG의 리드. KBO리그 통계 전문사이트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하는 승리 확률 분석에 따르면 6회초 종료 시점 롯데의 승리 확률은 4.6%였다.
하지만 엘롯라시코는 통계 위에 있다. 롯데도 6회말 곧장 반격에 나섰다. 안타와 상대 실책, 몸 맞는 공으로 만든 1사 만루 찬스에서 딕슨 마차도가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이어 김준태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6-10까지 추격했다. 민병헌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찬스가 끊기는 듯해씨만 정훈이 우전 2타점 2루타로 불씨를 살렸다. 스코어 8-10. 타석에는 한동희. 볼카운트 1B-2S로 불리한 상황에서 LG 여건욱의 몸쪽 속구(145.8㎞)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9호 아치. 이미 개인 최다 기록이다.
한동희는 이날 전까지 7월 12경기서 타율 0.300, OPS(출루율+장타율) 1.131로 맹타를 휘둘렀다. 표본이 많은 건 아니지만 손아섭(0.923), 이대호(0.788) 등 쟁쟁한 선배들을 앞질렀다. 허문회 감독은 이날 경기에 한동희를 2번타자로 배치했다. 데뷔 첫 2번타자 선발 출장. 최근의 흐름으로만 놓고 보면 강한 2번 이론에 어울리는 타자였지만 시즌 전체 단위로 봤을 때 불안감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동희는 자신이 지금 롯데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엎치락뒤치락 엘롯라시코가 상영된 롯데시네마. 히어로는 한동희였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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