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커] 2007년 신예 ‘쌍용’과 2020년 베테랑 ‘쌍용’

입력 2020-07-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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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이청용(왼쪽)과 기성용은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축구의 간판스타였다. 소속팀 서울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든든한 콤비였다. 이청용은 올 시즌 울산 유니폼을 입고 K리그로 복귀했지만 기성용은 친정팀 서울로 되돌아간다. 엇갈린 운명은 K리그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까.스포츠동아DB

‘쌍용’(이청용·기성용)은 FC서울이 만든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다. 1990년대 말부터 유망주 영입에 열을 올린 서울은 2004년 이청용, 2006년 기성용을 데려왔다. 이청용은 중학교를 중퇴했고, 기성용은 호주 유학파다. 나쁜 습관이 몸에 배기 전에 클럽에서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게 서울의 구상이었다.

구단의 판단은 옳았다. 이들의 재능은 남달랐다. 특히 축구센스는 지도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폭풍 성장했다. 측면 미드필더 이청용은 과감한 돌파와 창의적인 패스가 돋보였고, 신장(189cm)이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도 수비와 패스, 슈팅 등에서 일취월장했다.

이들이 함께 K리그에 출전한 건 2007시즌부터다. 선수단 관리와 전술 운용 능력이 탁월했던 터키 출신의 세뇰 귀네슈 감독은 10대 후반의 쌍용을 중용하면서 팀 색깔을 바꿔나갔다. 빠른 템포의 공격축구에서 이들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쌍용 열풍’은 그렇게 K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이청용은 2005년부터 5시즌 동안 68경기 12골·17도움을 기록했다. 2007년부터 출전기회를 잡은 기성용은 3시즌 동안 80경기 8골·12도움을 올렸다. K리그의 아이콘이었던 둘은 약속이나 한 듯 2009년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여름에 떠난 이청용은 볼턴 원더러스(잉글랜드), 6개월 늦은 기성용은 셀틱FC(스코틀랜드)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곳에서도 꽃을 피웠다. 이들은 10년 이상 유럽에서 생활하며 축구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이들은 희망이었다. 연령별 대회인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해 경험을 쌓은 이들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펄펄 날았다. 양박(박지성·박주영)과 함께 쌍용은 대표팀의 중심축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함께 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는 주장 기성용만 나갔다. 기성용은 A매치 110경기, 이청용은 89경기에 각각 출전했다.

돌고 돌아 다시 K리그다. 이청용은 이미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9경기 3골·1도움을 기록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기성용도 우여곡절 끝에 서울 구단과 입단계약 조건에 합의했다. 11년만의 복귀다. 이청용은 3월 입단 기자회견에서 “11년 전보다 지금이 더 간절하다. K리그에서 못 이룬 우승의 꿈을 울산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성용에 대해 “언젠가 K리그에서 함께 뛸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 바람이 이번에 이뤄졌다.

이들이 함께 선다면 K리그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동지가 아니라 적으로 만난다. 다른 유니폼을 입고 상대를 꺾어야할 운명이다. 어쩌면 이 그림이 팬들이 바라는 구도일지도 모른다. 울산과 서울의 ‘쌍용 더비’는 빠르면 8월 30일 볼 수 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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