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올스타전. 스포츠동아DB
원년부터 이어진 리그 최대의 행사.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올해 KBO리그에 올스타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행사 자체는 열리지 않아도 상징성과 품격을 유지할 방법은 있었다. KBO의 언택트 올스타가 의미 있는 이유다.
KBO리그는 프로 원년인 1982년부터 올스타전을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개막이 한 달 이상 미뤄졌고, 올스타 브레이크를 편성할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2020년 행사는 자연히 취소됐다.
하지만 KBO 사무국은 8월 10일부터 올스타 팬 투표를 시작할 계획이다. 행사가 없는데 올스타를 선정한다? 역발상이다. 예년처럼 구단이 직접 선정한 베스트 12 후보 명단은 3일 발표된다. 최종 선정된 드림(두산 베어스·SK 와이번스·KT 위즈·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과 나눔(키움 히어로즈·LG 트윈스·NC 다이노스·KIA 타이거즈·한화 이글스) 올스타 각 12명에게는 특별 제작한 패치를 증정한다. 이 24명은 순위 싸움이 한창인 9월 패치를 부착한 채 그라운드를 누비게 된다.
KBO리그에서 올스타전의 의미는 무엇일까. 10여 년 전만 해도 일부 간판급 선수들은 올스타전 참가 자체를 귀찮아했다. 평생의 상징으로 남겨둘 만한 올스타 유니폼을 경기장에 버려둔 채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는 선수의 골드글러브, MVP 등 수상 이력만큼이나 올스타 선정 횟수를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인식 자체가 딴판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팬이 선사한 자격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다. 실제로 리그 간판급 선수들은 베스트12에 선정된다면 ‘N년 연속 출장’ 등 기록을 이을 수 있다. 반대로 젊은 선수들에겐 생애 처음으로 별들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훈장이 남는다.
KT 배정대-SK 최지훈-최준우(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KT 주전 중견수 배정대는 “첫 올스타 후보로 선정돼 너무 기쁘다. 실력 좋은 선후배 선수들과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비록 올스타전은 열리지 못하지만, 팬들께서 나를 인정해주시고 뽑아주신다면 더욱 행복할 것 같다. 날 후보로 뽑아주시고 나에게 투표해주신 분들이 후회하시지 않도록 항상 그라운드 안팎에서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SK 최지훈 역시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한다. 올해 열심히 한 보상을 받은 것 같아서 기쁘다”고 밝혔으며, 팀 동료 최준우는 “우선 너무 영광이다. 어릴 때부터 한번쯤은 꿈꿔왔는데 이름을 올리게 돼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배정대, 최지훈, 최준우의 베스트12 등재 여부는 누구도 모른다. 오직 팬심만이 이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평생 ‘2020년 우리 팀을 대표해 올스타 후보가 됐다’는 자부심이 남을 것이다. 그 자체로 리그 올스타전의 품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만든 뉴 노멀의 시대. 모두가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십 년간 이어진 전통, 그리고 상징의 의미 퇴색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KBO는 이렇게 리그의, 올스타전의 품격을 한 층 끌어올렸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