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충고 송민수 감독. 사진제공|송민수 감독
모두가 아쉬워했다. 성실히 연구해 자신만의 철학을 쌓아가는 지도자였기에 전국대회 우승으로 화룡점정의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선수를 혹사시키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어떻게든 지켰다. 그렇기에 송민수 장충고 감독(48)이 부임 10년 만에 거둔 첫 전국대회 우승은 의미가 더 컸다.
장충고는 11일 막을 내린 제75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광주동성고를 9-7로 꺾었다. 쉽지 않은 우승이었다. 32강전에서 인창고를 상대해 콜드게임 패전 위기까지 내몰렸지만 14-12로 역전한 것을 시작으로 우승까지 단숨에 내달렸다.
그 뒤 송 감독은 보름 내내 숱한 축하인사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연구하는 야구인이 거둔 승리에 모두가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다. 여운도 잠시. 다시금 협회장기 제패를 위해 냉정함을 되찾았다.
27일 연락이 닿은 송 감독은 “우승을 만끽하기보단 남은 대회를 고민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첫 전국대회 우승의 기쁨이 쉽사리 가실 리는 없다. 송 감독은 “실제로 해보니까 정말 좋더라. 그간 고생했던 모든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울컥했지만 학생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었다”고 행복함을 강조했다.

장충고 송민수 감독. 사진제공|송민수 감독
아마추어야구에서 혹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꼬리표와도 같다. 그렇기에 선수관리에 사활을 거는 팀은 별종처럼 여겨진다. 2011년 장충고 지휘봉을 잡은 송 감독이 그렇다. ‘만년 4강팀’이라는 별명은 꾸준한 강팀이라는 데 더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송 감독은 눈앞의 우승보다는 선수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나도, 내 커리어도, 우승도 정말 중요한 가치다. 나라고 왜 욕심이 안 나겠나. 하지만 고교 선수들은 길게는 20년 이상 더 야구를 해야 할 선수들이다. 그들이 야구할 날이 더 많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관리해준 덕에 선수들도 나를 믿고 따라오는 것 같다.”
특정 선수에 편중되지 않는다는 말은 반대로 얘기하면 기회가 골고루 주어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송 감독은 프로에서도 상위 지명을 받은 선수들을 주축으로는 삼되, 그 선수에게 의존하진 않는다. ‘모두가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송 감독은 “실력이 부족한 선수를 들러리로 삼는다면 설령 우승을 하더라도 그들은 온전히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예전부터 감독이 됐을 때 모두에게 고른 기회를 주고자 했다”며 “청룡기 우승 후에 모두가 울컥하며 기쁨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내 철학이 잘 전달된 것 같아 기분 좋았다”고 돌아봤다.
지휘봉을 잡은 지 10년 만에 거둔 우승. 하지만 그 사이 송 감독이 아마야구 전반에 미친 영향은 이미 상당하다. 첫 왕좌 등극까지는 10년이 걸렸지만, 그 다음 우승컵이 추가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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